큰딸이 4년여 전 사라졌는데도 실종 신고를 하지 않고 작은딸은 학교에 보내지 않은 40대 어머니가 경찰에 구속됐다. 자녀에 대한 상습 폭행·학대 등이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교육적으로 방임하고 유기한 책임을 물어 구속한 것은 이례적이다.
◇교육적 방임 혐의 구속=경남 고성경찰서는 14일 두 딸을 교육적으로 방임하고 유기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박모(42·여)씨를 구속하고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박씨의 큰딸(12)은 실종 상태이고 작은딸(9)은 취학연령이 지났지만 학교에 다니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이혼 후 서울에서 살던 2009년 1월쯤 당시 5세와 2세이던 두 딸을 데리고 가출해 친구 집 등을 전전했다. 두 딸의 존재는 최근 아동학대가 사회 문제로 되면서 지난 1월 교육청과 경찰이 장기 결석자와 미취학 아동 전수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두 딸의 아버지가 자신의 고향인 경남 고성의 아이들 할머니 주소로 강제 전입신고를 해 놓았기 때문이다.
경찰은 미취학 아동으로 파악된 두 딸의 소재 파악에 나섰고 지난달 28일 충남 천안시 한 공장 숙직실에서 생활하던 박씨와 작은딸을 찾아냈다. 작은딸은 올해 9세였지만 초등학교에 입학조차 하지 않아 글을 제대로 읽고 쓰지 못했다.
박씨는 경찰 조사에서 “빚 독촉을 피해 도망 다녔고 신분이 노출될까 봐 (작은딸을) 학교에 보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아동복지법 제17조에는 “자신의 보호·감독을 받는 아동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양육·치료·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작은딸은 현재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보호하고 있다.
앞서 인천지검은 딸(11)을 3년 동안 집에 가두고 상습적으로 폭행·학대한 30대 아버지와 동거녀에 대해 아동복지법상 교육적 방임 등 4가지 혐의를 적용해 구속한 바 있다.
◇큰딸의 행방은=경찰이 박씨를 긴급체포해 수사하는 과정에서 큰딸이 예전에 실종된 사실이 드러났다. 박씨는 큰딸에 대해 ‘2009년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잃어버렸다’ ‘종교시설에 맡겼다’ ‘2011년 말을 안 듣는 아이를 야산에 버리고 왔다’는 등 횡설수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어도 4년 전 큰딸을 잃어버렸거나 유기했다는 것이지만 박씨는 실종 신고를 하지 않는 등 이런 사실을 지금까지 숨겨왔다.
경찰은 “큰딸의 경우 타살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박씨와 주변인물 6명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성=이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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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실종 4년… 엄마는 찾지 않았다
입력 2016-02-14 17:46 수정 2016-02-14 2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