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4일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에게 달러 현금으로 지급된 임금과 기타 비용 중 70%가 당 서기실에 상납됐다고 발표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도 TV 대담에서 70% 상납을 언급하면서 “당 서기실이나 39호실로 들어간 돈은 핵이나 미사일, 치적사업, 사치품 구입 등에 쓰이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일부 국내외 주장이 있었으나 정부가 이를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이는 정부가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2013년 3월에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안 2094호를 위반했음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2094호는 핵·미사일 개발에 쓰일 우려가 있는 대량 현금의 북한 유입을 금지한다. 그간 미·일 등의 보수 세력들이 ‘한국은 이를 허용하면서 강력한 국제사회 제재를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다.
4차 핵실험 이후 고심 끝에 단행한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대량살상무기 개발비 전용 의혹을 사실화시킨 정부 발표는 섣부르고 미숙했다. 이제 일부 국제사회의 개성공단 운영에 대한 비판에 더 이상 변명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재가동을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어버렸을 정도로 향후 운신의 폭을 좁게 했다.
통일부가 ‘폐쇄’라는 표현을 굳이 피하고 ‘가동 전면 중단’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도 다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일부 국내 비판 여론을 잠재우려는 의도로 ‘임금 전용’을 뒤늦게 확인한 것이라는 항간의 의심도 있다. 그렇다면 국가 이익을 위한 판단이 아니다. 더구나 선거를 앞두고 정쟁화로 논란이 증폭되고, 정부가 이를 해명하기 위해 비밀로 유지해야 할 대북 정보 사항을 더 노출시킨다면 정말로 큰일이 아닐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예정된 국회 연설을 통해 개성공단 가동 중단 이후의 대북 정책 방향을 밝혀 쓸모없는 논란을 막아야 한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나 통일대박 등의 용어로 대표되는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은 현 시점에서 실패했거나 작동 불능이 돼 버렸다. 그렇다면 국익 차원에서 가장 현실적 방안은 무엇이고, 이를 위해 정부가 어떻게 나아가겠다는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상대가 있는 만큼 구체 전략을 세세하게 밝힐 필요는 없겠으나, 현 사태까지의 경과를 분석·진단하고 대책과 방향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나서 국민 단합을 위한 호소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논란만 증폭되고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불신감만 커질 따름이다. 또 남 탓만 하거나 훈시 같은 기조로 일관한다면 역효과만 나게 된다. 무엇보다 대통령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노력을 다하고 있으며 국민과의 소통도 중시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 정부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확실히 각인시키길 바란다.
[사설] 대북 정보 공개보다 후속 대책 마련이 더 시급하다
입력 2016-02-14 17:34 수정 2016-02-14 2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