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통선 두루미, 개발 계속 땐 영구히 못 볼 수도

입력 2016-02-14 21:40
해마다 겨울이면 강원도 철원 철새도래지를 찾아오는 두루미가 위기에 놓였다. 민간인출입통제구역의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서식지를 빼앗기고, 전선·철책과의 충돌사고도 잦아지고 있다. 이번 겨울에도 철원 일대에 두루미 750마리와 재두루미 2700마리가 찾아왔지만, 이대로 가면 귀한 ‘겨울 손님’을 보기 힘들어질 수 있다.

국립생태원 유승화 연구원은 2009년부터 민통선 일대 두루미 월동 환경을 연구한 결과 이 같은 실태가 드러났다고 14일 밝혔다. 그는 최근 국제두루미포럼에서 논문 ‘인위적·기후적 요인이 철원지역 두루미류 월동개체수와 분포에 주는 영향’을 발표했다.

철원 야생조수류구조센터에서 확인한 2001∼2014년 두루미·재두루미 사고는 47건에 모두 56마리였다. 두루미 27마리, 재두루미 29마리가 희생됐다. 세계적으로 두루미는 멸종위기종, 재두루미는 취약종이다. 우리나라도 두루미와 재두루미를 각각 멸종위기 1급과 2급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키가 140㎝에 이르는 대형 조류 두루미가 희생된 사고 원인은 ‘충돌’이 24건(42.9%)으로 가장 많았다. 전선 충돌 16건(28.6%) 철책 충돌 6건(10.7%) 건물 충돌 2건(3.6%)이었다. ‘중독’이 15건(26.8%)으로 뒤를 이었고, 골절·총상·탈진·감염·포식 등도 있었다. 유 연구원은 “원인 미상의 사고도 전선 충돌로 의심되는 경우가 많다”며 “두루미가 주로 서식하는 민통선 안쪽 농경지에 전봇대와 전선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두루미 서식지는 급속히 줄고 있다. 2011년 민통선 일대 사유지가 천연기념물보호지역에서 해제되면서 대규모 비닐하우스 건설이 증가했다. DMZ평화문화광장, 경원선 백마고지역 등 대규모 공사도 진행되고 있다. 유 연구원은 “두루미가 서식하는 농지와 공유수면을 정부가 매입할 수 있도록 자연환경보건법에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한 농지 매입’ 항목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