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피플] 알바 뛰는 전도사 김정주씨 이야기

입력 2016-02-14 20:07
김정주(32) 전도사가 지난 11일 그가 알바생으로 일하는 서울 송파구 동남로길의 한 편의점에서 자신이 집필한 책 ‘파전행전’을 들고 서 있다. 전호광 인턴기자

주말엔 교회에서 전도사로 사역하지만 평일엔 평범한 아르바이트(알바)생이다. 건물외벽 청소, 경륜장 소독, 원룸 바퀴벌레약 설치, 학부모 대행, 사우나 관리 등 그가 경험한 알바만 20개가 넘는다. 파트타임 전도사의 사례비만으론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서다.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 동남로길의 한 카페에서 김정주(32) 전도사를 만났다.

김 전도사는 경기도 부천 서울신대를 졸업한 뒤 2010년 전북 군산 A교회에서 파트타임 전도사로 사역을 시작했다. 사례비에서 서울·군산 교통비와 십일조를 제하면 한 달에 손에 쥐는 건 70만원 정도였다. 두 번째 사역지인 서울 가락동 B교회도 비슷했다. 저축은커녕 학자금 대출 1500만원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돈을 흥청망청 쓰거나 목돈 들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단지 대학을 졸업했을 뿐인데 엄청난 빚이 쌓여있었어요. 아내 출산이 임박했을 때는 택시비가 없어 병원에 못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죠.”

말 그대로 안 해 본 알바가 없다. 알루미늄 캔 공장에서 흔들리는 고소작업차(스카이차)에 매달려 외벽을 닦기도 했고, 택배 일을 할 땐 40㎏짜리 쌀 포대를 등에 지고 엘리베이터가 없는 아파트 5층 계단을 오르기도 했다. 전도사여서 겪는 고충도 있었다. “기독교에 반감을 가진 이들은 제가 실수를 했을 때 일부러 모욕을 주기도 해요. 그러나 이런 경험을 통해 성도들이 삶 속에서 얼마나 힘들게 신앙생활을 하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2014년 여름 서울 여의도의 한 고급사우나에서 일을 할 때다. 김 전도사가 사역하는 교회에서 여름성경학교와 미얀마 단기선교가 이어지는 바람에 한 달에 5일 정도밖에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사정을 설명하며 양해를 구했지만 김 전도사에게 돌아온 건 심한 모욕과 욕설이었다.

“예전엔 일을 핑계로 교회 일을 못하는 성도를 보면 ‘믿음이 없다’고 정죄했어요. 그런데 이게 얼마나 어이없는 생각인지 알게 됐죠. 그 후로 ‘현실 속에서 발버둥치는 사람을 위한 사역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김 전도사는 지난해 9월 책을 한권 출판했다. ‘파전행전(파트타임 전도사의 행복 일기)’.

“문제는 이런 고달픔을 저만 겪고 있는 게 아니란 거죠. 지금도 우리 주변엔 수많은 청년 ‘미생’들이 살아가고 있어요. 저도 교회 안에 있는 ‘미생’인 거죠. 같은 처지에 있는 전도사로서 그들을 위로해 주고 싶었습니다.”

그나마 지금은 사정이 조금 나아졌다. 올해부터 사역을 시작한 경기도 남양주광염교회의 담임인 김세열 목사의 배려로 사례비 외에 통신비와 보험료를 별도로 받고 있다. 통상 파트타임 전도사들이 받지 못하는 상여금과 퇴직금도 매월 나눠서 받고 있다. 내년엔 신학대학원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등록금 전액을 지원해주겠다는 약속도 받았다. 하지만 알바를 그만 둘 정도로 형편이 나아진 건 아니다. 그는 요즘 서울 송파구 동남로길의 한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고 있다.

인터뷰가 끝나기 전 그가 멋쩍게 웃으며 한마디 덧붙였다. “사실 책을 낸 건 인세라도 벌어보자는 마음이 더 컸어요. 책이 팔리면 아내에게 1만6000원짜리 연어덮밥을 사주는 게 꿈입니다(웃음).”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