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불안해지면서 중국 부유층들이 온갖 방법을 동원해 거액의 자금을 해외로 옮기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자신들의 부(富)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 것으로, 이로 인해 중국 정부의 위안화 방어 노력이 한층 어려움에 처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해외로 재산을 빼돌리려는 중국의 개인과 기업 사이에 성행하는 편법이 이른바 ‘스머핑(smurfing)’이다. 여러 사람의 명의를 빌려 거액을 해외로 보내는 것이다. 1인당 연간 해외송금 한도가 5만 달러(약 6040만원)인데 20명의 친척이나 친지를 동원하면 100만 달러(12억800만원)를 한 번에 보낼 수 있다. 한 여성은 친구와 친구의 친척까지 140명을 동원해 총 700만 달러(85억원) 상당의 위안화를 달러 자산으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사업체를 사거나 달러 채무를 갚는 등 합법적인 방법도 당연히 동원된다. NYT는 지난해 중국 기업과 개인이 해외로 빼낸 자산은 1조 달러(약 1208조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수십년간 끊임없는 해외 자본의 유입에 익숙한 중국 당국에는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이처럼 유례없는 ‘자본도피(capital flight)’가 벌어지는 이유는 위안화 평가 절하로 위안화 표시 자산을 쥐고만 있어도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 정부는 지난해 8월 위안화 가치를 4% 깜짝 평가절하했으며 최근에도 5주에 걸쳐 2.8% 절하했다. 여기에 억만장자 투자가 조지 소로스가 지난달 중국의 경착륙을 예상하면서 아시아 국가 통화의 하락에 베팅했다고 밝힌 것도 위안화 환율 급등에 불을 붙였다.
이러한 자본도피는 이미 추락 중인 위안화 가치의 하향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중국 정부는 위안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외환보유고를 사용할 수밖에 없고, 줄어든 외환보유고 통계는 다시 투자자, 기업의 위안화 매도를 부르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배병우 선임기자
지난해 中 자산 1조 달러 해외도피
입력 2016-02-14 2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