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야족 위안부’ 세계 최초 법정에

입력 2016-02-14 21:51
내전 기간 남미 과테말라에서 마야족 여성들을 성노예로 부린 혐의로 전직 군인 2명이 법정에 섰다. 미국 공영 라디오 NPR은 13일(현지시간) “군사작전 중 벌어진 성 착취에 책임을 묻는 재판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열리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1일부터 열린 이 재판에는 과테말라 내전 기간인 1980년대 동부 세푸르 자르코 기지에서 살인, 납치를 비롯해 마야족 여성에게 가사를 강제하거나 성노예로 부린 혐의로 과테말라 전직 군인 에스틸머 레예스(59)와 에리베르토 발데즈(74)가 법정에 섰다.

원고로 법정에 나온 11명의 마야족 여성은 이미 70, 80대 노인들이다. CNN방송에 따르면 마야족 언어 ‘케크치(Q’eqchi)’밖에 구사할 줄 모르는 이들 여성은 마야족 전통 의상으로 얼굴을 가린 채 재판에 참여했다.

이들은 내전 기간 중 토지 소유권을 주장하던 남편들이 실종된 이후 정부군에 납치됐다. 군인들은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여성들에게 기지 주변에서 요리와 빨래를 시키는 한편 반복적으로 강간했다.

피해 여성 대부분은 1982∼83년 고통을 당했으나 일부는 내전이 종식된 1996년까지 기지에 붙잡혀 있었으며 당시 당한 폭력으로 현재도 후유증이 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테말라 내전은 1960년부터 36년간 군부 내 우익세력과 원주민, 좌익 게릴라 사이에 벌어진 전쟁으로 약 20만명이 숨지고 4만5000명 정도가 실종됐다. 유엔 진실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희생자 중 83%가 마야인이었으며 인권침해 사례의 93%가 정부군에 의해 발생했다. 하지만 이날 피고인들은 재판을 ‘정치적 쇼’라고 부르는 등 재판 자체의 위법성을 주장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