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 KN-08 배치 임박…사거리별 3개 광역 벨트 운용, 국제사회 제재 무력화 포석
입력 2016-02-14 22:25
북한이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KN-08의 실전배치를 서두르는 것은 전형적인 대남·대미 압박전술로 해석된다. 미국 본토까지 공격 가능한 핵무기를 확보해, 한·미를 중심으로 하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흐름을 무력화하겠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북한은 이미 2014년 3월 미사일부대를 총괄 지휘하는 ‘전략로켓군’ 산하에 스커드·노동·무수단·KN-08 등 4개 미사일여단을 편제했다. KN-08을 2012년 4월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을 기념한 군사퍼레이드에서 공개한 지 2년 만에 전담 여단을 창설한 것이다.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지난 9일(현지시간) 상원 군사위원회 서면증언을 통해 “KN-08이 초기배치 단계에 들어갔다”고 설명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ICBM은 북한의 ‘광명성4호’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처럼 고정식일 경우엔 정찰장비로 관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KN-08처럼 이동식 발사대로 옮겨 다니면 정찰 및 감시가 거의 불가능해진다.
클래퍼 국장에 이어 미 국방부(펜타곤)도 지난 11일 공개한 ‘2015년 북한의 군사·안보상황 평가보고서’에서 KN-08 미사일 실전배치 상황을 기정사실화했다. 펜타곤은 “KN-08이 비행실험을 거치지 않아 무기로서의 신뢰성은 낮다”면서도 “미국 본토의 상당 부분을 타격할 능력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KN-08의 사거리를 3400마일(약 5471㎞)로 추정하고, 북한이 6기 정도를 보유 중인 것으로 파악했다.
우리 군은 KN-08 사거리를 1만㎞ 이상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등장한 KN-08이 2012년 처음 공개될 때보다 탄두 형태가 개량된 모습이어서 북한이 지속적으로 성능개량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은 2014년 2월 전략로켓군 사령관 김락겸을 중장에서 상장으로 승진시킨 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대장으로 진급시켰다. 그만큼 KN-08 운용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의미다.
KN-08 실전배치가 이뤄질 경우, 북한은 사거리별로 미사일 부대를 3개 광역 벨트로 운용하는 체계를 완성하게 된다. 사거리별로 남한은 물론 일본과 미국까지 공격할 수 있는 준비를 다 갖추게 된다는 뜻이다. 북한군은 비무장지대(DMZ)에서 북쪽으로 50∼90㎞에 제1벨트, 90∼120㎞에 제2벨트, 175㎞ 이상 떨어진 지역에 제3벨트를 배치해 놓고 있다.
제1벨트에는 사거리 300∼600㎞인 스커드 단거리 미사일 여단이 자리 잡고 있다. 북한은 400여기의 스커드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동식 발사대는 40대 안팎으로 추정된다. 주로 한반도 공격용이다. 제2벨트는 사거리 1000㎞의 노동미사일 300여기가 배치된 지역이다. 노동미사일은 한반도 전쟁 발발 시 투입되는 오키나와 등 일본 내 미군기지를 타깃으로 삼는다. 제3벨트에는 사거리 3000㎞ 이상인 중거리 미사일 무수단과 장거리 미사일 KN-08이 배치되는 지역이다.
한 군사전문가는 14일 “KN-08의 개발이 시작된 지 상당시간 흘렀고, 예상치를 넘어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 의지를 고려하면 실전배치 단계에 돌입했다고 봐야 한다”며 “장거리 미사일까지 확보할 경우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가공할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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