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부터 일본 오키나와에선 프로야구 6개 구단이 2차 스프링캠프를 연다. 현장 취재를 위해 숙소를 구하려 했지만 방 하나를 잡는데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다. 수소문해서 간신히 화장실과 욕실을 공동 사용하는 민박을 얻었다. 지금은 여행 시즌도 아닌데 왜 이렇게 오키나와에서 방을 잡기가 어려운지 의문스러웠다. 돌아온 답은 현지에서 21일부터 제24회 오키나와 마라톤대회가 열리기 때문이란다. 마라톤대회가 열린다고 해서 이렇게 북새통을 이룰 수 있을까 생각하고 인터넷을 뒤졌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럴 만했다. 선수만 무려 3만명이 모인다고 한다. 선수들 가족까지 포함하면 족히 5만∼6만이 이번 주 오키나와에 머문다. 그러니 방은커녕 오키나와행 비행기 티켓도 일찌감치 동난 것이다.
여기서 일본 생활체육이 얼마나 활성화돼 있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오키나와 마라톤에 참가하는 선수 대부분이 일반인이고, 이들 중 1만5000명은 42.195㎞를 완주한다고 한다. 일본은 1964년 도쿄올림픽 이후 엘리트 체육에서 생활체육 중심으로 체육 정책이 바뀌었다.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보다 일반 국민이 스포츠를 통해 여가를 잘 보내고 체력도 함께 증진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뀌었다. 이미 미국이나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은 생활체육이 대세다. 일본은 이제 국제대회에서 한국보다 아래에 있지만 생활체육의 뿌리는 우리보다 굳건하다.
한국도 최근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을 통합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엘리트 체육을 관장하는 대한체육회와 생활체육을 이끄는 국민생활체육연합회를 하나로 합치는 (통합)대한체육회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두 단체의 크기와 정관 문제 등으로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그래도 엘리트 체육에서 생활체육으로 체육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부디 통합 작업이 잘 마무리됐으면 좋겠다.
모규엽 차장 hirte@kmib.co.kr
[한마당-모규엽] 오키나와 마라톤
입력 2016-02-14 1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