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65)씨는 얼마 전부터 손가락 움직임이 둔해져 스마트폰 만지는 게 힘들어졌다. 처음엔 VDT증후군(컴퓨터 작업으로 인해 발생되는 목이나 어깨의 결림 등 근골격계 이상 및 눈의 피로 증상) 때문이겠거니 하고 가볍게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온몸이 아프고 급기야 다리까지 저려 혹시 중풍(뇌졸중)이 오는 게 아닌가 싶어 덜컥 겁을 먹게 됐다.
불안한 마음을 안고 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이씨에게 의사가 내린 진단은 뇌졸중이 아니었다. 듣기에도 생소한 ‘경추(목뼈)척수증’이란 척추관절 질환이었다. 목 디스크(수핵) 등으로 인해 척수가 지나가는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마비감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경추척수증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장년층이 증가하면서 최근 50, 60대 남성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김우경 교수는 “자각 증상이 비슷해 뇌졸중으로 오인하기 쉽고 심할 경우 하반신 마비로 이어질 수도 있어 가급적 초기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뇌졸중은 반신마비가 갑작스럽게 발생하며 두통, 구토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반면 경추척수증은 서서히 발생하고 전체적으로 움직임이 둔해지는 게 다르다. 특히 옷 단추를 채우는 것이 불편하고 어렵게 느껴지거나, 다리가 저려 보행이 힘들고 주변 사람에게 뒤뚱거리며 걷는다는 말을 들으면 한번쯤 의심할 필요가 있다.
의식·언어 장애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양팔이나 다리에 힘이 없어 물건을 쉽게 떨어뜨리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경추척수증의 초기 증상 중 가장 흔한 것이 손의 근력이 약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손을 완전히 폈다 쥐는 동작을 빠르게 할 수 없거나 속도가 점점 느려진다면 경추척수증으로 인해 마비가 진행되고 있다는 적신호다.
압박을 받는 신경이 감각신경이면 팔이나 손 피부가 마치 다른 사람의 살인 양 둔하게 느껴질 수 있다. 다리 쪽으로 가는 신경이 압박을 받으면 몸통이나 다리의 감각이 둔해져 차갑고 뜨거운 느낌이 무뎌진다. 심하면 살을 꼬집어도 아픔을 못 느낄 수도 있다.
이런 경추척수증에서 벗어나는 길은 수술뿐이다. 수술은 신경을 압박하는 부위가 넓지 않을 경우 압박하는 원인을 제거하고, 압박 범위가 넓을 때는 목 뒤쪽으로 신경관을 넓히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김 교수는 “경추성척수증은 일반적인 목 디스크와 달리 통증이 없고, 이상증상이 나타나면 자연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라며 “발병 초기에 발견해 빨리 화근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추척수증도 척추질환의 하나이므로 예방을 위해 평상시 올바른 생활습관을 갖는 게 중요하다. 특히 평소 척추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바르지 않은 자세는 척추에 무리를 주고 디스크나 척추 뼈에 퇴행성 변화가 빨리 나타나게 되기 때문이다. 무거운 것을 나르거나 허리를 너무 많이 움직이는 등 척추에 무리가 가는 행동도 피해야 한다. 과도한 비만 및 운동 부족 역시 척추에 무리를 주거나 척추 주변 근육을 약화시켜 퇴행성 변화를 촉진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고개를 숙인 자세로 스마트폰을 장시간 사용하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역시 목뼈에 무리를 주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는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이상적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팔다리 힘 빠지면 중풍? 경추척수증 의심해 보세요
입력 2016-02-16 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