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 등 국제사회가 1주일 안에 시리아 전역에서 휴전을 추진하기로 선언하면서 5년간 계속된 시리아 내전은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갈 전망이다. 하지만 미국·유럽 등 서방과 러시아가 시리아 해법의 핵심인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존립을 놓고 여전히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영구적 내전 종식에 이르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11일(현지시간) 열린 국제적시리아지원그룹(ISSG) 회의 결과를 설명하면서 “이번 합의를 통해 휴전이 장기간 유지될 수 있도록 유엔이 대책위원회를 꾸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서면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진전된 성과임을 강조하면서도 실제 평화협상으로 이어지려면 내전에 개입된 모든 주체가 합의를 존중해야 한다며 “향후 며칠간 (시리아에서) 진행될 작업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러시아가 이번 주말부터 적어도 일부 지역을 시작으로 공습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슬람국가(IS)와 알누스라전선 등 알카에다 연계 세력에 대해서는 공격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알레포 등 주요 교전지역에서 이들 중 일부와 미국이 지원하는 반군 세력은 알아사드 정권에 대항해 공동 전선을 펼치고 있다. 때문에 러시아의 공습 중단이 담보되지 않는 교전 중지 협상이 실제적인 적대행위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우려가 남는다. 지난달 제네바에서 열린 시리아 평화협상 테이블에서도 반군 측은 러시아의 공습 중단을 선결과제로 제시하며 불참을 선언한 바 있다.
이날 합의문에서 ‘휴전(ceasefire)’이 아닌 ‘적대행위 중단(cessation of hostilities)’이라는 한정된 표현을 쓴 것도 미국과 러시아 양측의 미묘한 입장차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영국 가디언은 “휴전이 ‘광범위한 평화협상의 타결’을 선언하는 용어라면 적대행위 중단은 ‘평화협상의 첫 단추’로 볼 수 있다”면서 “휴전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은 것은 분명한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비즈니스인사이더가 “미국과 러시아가 시리아 해법에 대한 수동공격적(passive-aggressive) 회견을 가졌다”고 언급할 만큼 양측은 합의문 발표 과정에서도 신경전을 계속했다. 케리 장관은 “알아사드 정권이 몇몇 국가의 도움으로 폭격과 학살을 지속하고 있다”며 러시아를 겨냥해 “우리는 여전히 알아사드 정권이 제거되지 않는 한 시리아의 항구적 평화는 없다고 믿는다”고 주장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를 서방의 선전전으로 평가절하한 뒤 “불법 반군이 점령한 도시를 정부군이 공격하는 것을 부당한 공세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ISSG 회의 이후 시리아 반군 측은 “수일 내로 구체적인 결과가 있다면 (오는 25일로 예정된 스위스 제네바 평화회담에) 복귀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시리아서 적대 행위 중단 ‘휴전’ 추진 선언… ‘알아사드 정권 처리’ 핵심 빠져 내전 종식까지 험로
입력 2016-02-13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