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본점에 개성공단 임시영업점 오픈] “내 계좌 안전한가” 입주업체 전화 불티

입력 2016-02-12 21:43 수정 2016-02-12 22:20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 위치한 개성공단 임시영업점에서 12일 직원들이 바쁘게 업무를 보고 있다. 윤성호 기자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영업부 1층에 자리잡은 개성공단 임시영업점은 12일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전날 북한이 개성공단 남측 자산을 동결하고, 남측 인원을 추방한다고 발표하면서 우리은행도 당초 15일 열 예정이던 임시영업점 개소날짜를 앞당겼다. 주로 회의실로 쓰던 6평 남짓한 사무실 전면 상단에 ‘우리은행 개성지점 임시영업점’이란 간판을 새로 달고, 내부에는 창구 2곳을 설치하고, 상담용 원형테이블을 놓았다.

이곳은 2013년 개성공단이 멈췄을 때도 임시영업점으로 쓰던 장소다. 다만 급박한 상황 탓에 전날 거래내역이 등록되지 않아 자료를 추가 등록하느라 직원들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개성공단을 빠져나오면서 영업점에 남아 있던 현금과 전산자료는 무사히 챙겨와 업무가 중단되지는 않았다.

이날 임시영업점에 온 입주업체 고객들은 찾기 어려웠지만 계좌가 안전한지 물어보는 전화는 많이 걸려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내 통장이 그대로 있는지, 예금 금액을 확인하거나 인출 가능 여부를 물어보는 고객 전화가 많았다”며 “오늘보다는 주말이 지난 후 15일부터 인출하려는 고객들이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개성 지점은 입주업체 123곳 중 70여곳과 송금 및 대출거래를 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입주업체들을 대상으로 임시영업점 설치 관련 안내문을 발송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업통상자원부 박원주 기획조정실장 주재로 회의를 열고 개성공단 입주업체에 대한 지원대책을 논의했다. 입주업체에 유동성을 지원하는 방안으로 남북협력기금에서 대출받은 기업에 대출원리금 상환을 유예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남북경제협력보험금(경협보험금)은 약관상 업체가 신청한 후 3개월 내 지급하도록 돼 있지만 정부는 지급시기를 최대한 앞당긴다는 방침이다. 또 정부는 시중은행에 대출상환을 유예하거나 만기연장토록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입주업체들은 이런 대책이 ‘알맹이 빠진 대책’이라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한 입주업체 대표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대출연장 이런 게 아니라 원자재나 제품 등 개성공단에 놓고 온 물품 피해에 대한 보상과 경협보험 미가입 업체에 대한 구제대책”이라며 “정부가 정작 중요한 것은 대책에서 제외시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입주업체 123곳 중 110곳이 경협보험에 가입돼 있다.

업체들은 경협보험이 약관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이 대표는 “2013년에도 개성공단을 재가동한 후 보험금 전액을 반납했다”며 “재가동됐을 때 반납하지 않으면 경협보험에 재가입을 못하도록 해 입주업체 10% 정도는 재가입이 안 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다른 입주업체 대표도 “부채를 안고 있는 기업이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못하는 상황에서 대출을 받아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물품피해에 대한 보상을 원하는 것이지 대출을 원하는 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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