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폐쇄와 군사통제구역 선포를 기습 발표한 북한은 과거 이 지역에서 철수했던 최정예 기갑 및 방사포 부대를 재배치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사시 북한의 최우선 남침 통로로 꼽혀온 이 지역이 다시 군사기지로 회귀한다면 우리 측에도 적잖은 상시적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북한군이 앞으로 개성공단에 부대를 재배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군의 부대 재배치 가능성에 대해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성공단에서) 현재까지 북한군의 특이동향이 파악된 것은 없다”며 “(아직은) 그렇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지만 군은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개성공단 폐쇄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북한이 군사분계선(MDL)에 인접한 군사도시인 개성 지역을 그대로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우리 군 판단이다. 개성공단 착공 직전 이 지역에 주둔하던 정예부대를 송악산 이북과 개풍군 일대로 빼냈던 북측이 재배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현재 개성공단 지역엔 북한군 경계 병력이 곳곳에 배치됐으나 대규모 병력 또는 장비 이동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개성공단 지역은 병력과 장비를 집결해 문산을 거쳐 서울까지 최단시간 내 돌파할 수 있는 군사 요충지다. 2003년 12월 개성공단 착공 이전 개성과 판문읍 봉동리 지역에는 북한 2군단 소속의 6사단, 64사단, 62포병여단이 배치돼 있었다. 6·25전쟁 당시 개성 북방에 주둔한 6사단은 기동부대다. 당시 전차를 앞세워 개성과 옹진 일대를 점령하고 영등포까지 신속하게 전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단 착공 이전까지 6사단은 북한군 주력 전차인 ‘천마호’와 장갑차 대대를 보유하고 있었다. 북한군 전체적으로 1400여대를 운용 중인 천마호는 항속거리 450㎞, 속도는 시속 54㎞이다. 115㎜ 주포와 고사총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
김대중정부가 2000년 남북 합의에 따라 개성공단 건립을 추진할 때부터 이 지역을 공단 부지로 적극 추진한 것도 이 같은 군사적 긴장을 완화한다는 측면이 컸다. 북한 군부 역시 당시 군사적 요충지인 개성을 남측에 내주는 것에 반발했다. 2002년 4월 임동원 당시 대통령 특사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경의선의 조속한 연결을 설득하자 김 위원장은 당시 이명수 북한군 작전국장을 불러 지시하면서 “군부가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한 바 있다.
현재 남북을 연결하는 통신은 모두 차단됐다. 군 통신선은 서해지구 남북관리구역에서 전화와 팩스로 운영돼 왔으나 북한의 일방적 폐쇄로 차단됐다. 판문점 지역 적십자·통일부 등 2개 연락채널 역시 모두 끊겼다. 남북 함대사령부 간 채널, 북한과 유엔사령부 채널도 오래전 끊긴 상태다.
남혁상 기자,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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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개성공단에 기갑·방사포 부대 재배치 움직임… 유사시 최우선 남침 통로 남측에 상시적 위협
입력 2016-02-12 21:37 수정 2016-02-12 2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