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카메라타, 창작오페라 새 지평 열다

입력 2016-02-15 04:04
작곡가 최명훈(왼쪽부터)과 최우정, 이건용 서울시오페라단 단장이 지난 1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창작오페라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세종 카메라타’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지난 2014년 초연돼 호평을 받은 최우정 작곡 오페라 ‘달이 물로 걸어오듯’. 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시오페라단의 ‘세종 카메라타’는 작곡가 출신 이건용 단장이 2012년 10월 창작오페라 개발을 위해 국내 중견 대본가 및 작곡가들과 결성한 모임이다. 16세기 말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피렌체에 등장했던 예술가들의 모임으로, 서구 예술의 결정체인 오페라를 탄생시켰던 ‘카메라타’에서 이름을 따왔다.

주최 측에서 작곡가와 대본가를 선정해 작품을 위촉하는 기존 창작오페라와 달리 세종 카메라타에선 워크숍을 통해 작곡가와 대본가 콤비를 구성한 뒤 작품을 단계별로 개발하는 게 특징이다. 이후 리딩 공연에서 여러 작품을 선보인 뒤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 1편을 본 공연에 내놓는다.

이 과정을 거쳐 나온 세종 카메라타의 첫 오페라는 2014년 2월 초연한 ‘달이 물로 걸어오듯’(최우정 작곡·고연옥 대본)이다. 당시 나흘 공연을 거의 매진시키는 성과를 올린 세종 카메라타가 두 번째 작품으로 ‘열여섯 번의 안녕’(최명훈 작곡·박춘근 대본)을 준비했다. ‘세종 카메라타 오페라 시리즈 Ⅱ’라는 타이틀을 내건 서울시오페라단은 세종M씨어터에서 19∼21일 ‘달이 물로 걸어오듯’을 앙코르로 공연하고, 26∼27일 ‘열여섯 번의 안녕’을 초연한다.

지난 12일 이건용 단장과 작곡가 최우정(서울대 교수), 최명훈(군산대 교수)을 서울시오페라단 연습실에서 만났다.

창작오페라 중 가장 자주 공연되는 ‘봄, 봄’의 대본가 겸 작곡가인 이 단장은 “세종 카메라타의 작업이 아직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지금은 앞으로 나가기 위해 공부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워크숍에서 작곡가와 대본가가 치열하게 싸우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면서 오페라라는 장르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면서 “특히 향후 다양한 이야기들로 대본이 쓰여 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두 작품은 연극으로 선보였던 희곡을 바탕으로 대본을 다시 썼다. 임신한 젊은 아내의 살인죄를 뒤집어쓰려는 남자가 사건의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 ‘달이 물로 걸어오듯’은 2008년 동명 연극으로 처음 공연됐을 때보다 오페라가 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최우정 교수는 “좋은 오페라를 만들려면 대본가와 작곡가의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 고연옥 작가는 대본 자체가 다소 추상적인 편이어서 오페라에 어울린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현재 워크숍에서 또 다른 작품을 짜고 있다. 그는 “르네상스 시대 카메라타가 오페라라는 장르를 새로 만들었듯, 세종 카메라타도 오페라라는 틀을 넘어 음악극 자체에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 보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달이 물로 걸어오듯’이 큰 성공을 거두자 ‘열여섯 번의 안녕’ 역시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내의 무덤을 찾은 남편이 죽은 아내와 대화 아닌 대화를 나누는 이야기를 담은 ‘열여섯 번의 안녕’은 2007년 초연 이후 서울 대학로에서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연극 ‘민들레 바람 되어’를 대본으로 삼았다. 지난해 3월 세종 카메라타의 리딩 공연에서는 남자 성악가 혼자 출연하는 모노오페라였지만, 이번에 2인극으로 바뀌었다. 모노오페라에서 선율로 표현됐던 아내를 직접 등장시켜 음악과 드라마가 한층 풍성해지는 효과를 냈다.

최명훈 교수는 “요즘 작곡가들이 오페라를 무대에 올릴 수 있는 기회를 갖기는 극히 어려운데, 세종 카메라타의 시스템 속에서 이렇게 오페라를 할 수 있어 작업 내내 즐거웠다”면서 “박춘근 작가와 저, 둘 다 둥글둥글한 성격이라 호흡도 잘 맞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1세기 오페라는 예전처럼 대규모 그랜드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만큼 200∼300명의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함축적인 소규모 블랙박스 오페라로 접근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세종 카메라타 시스템이 지방에서도 시도돼 많은 작곡가들이 오페라 작업에 나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