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오페라의 디바 안나 네트렙코가 온다

입력 2016-02-15 04:03

세계 주요 오페라극장과 페스티벌은 ‘영상의 시대’에 발맞춰 공연 실황을 중계하거나 DVD로 내놓고 있다. 따라서 현대 오페라에선 음악 못지않게 비주얼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가창력에 미모와 연기력까지 겸비해 21세기 오페라의 디바로 군림하고 있는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45·사진)가 마침내 한국을 찾는다. 네트렙코는 3월 1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남편인 테너 유시프 에이바조프와 이탈리아 오페라 아리아를 중심으로 한 갈라 콘서트를 가질 예정이다.

러시아 출신인 네트렙코는 1993년 글린카 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같은 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마린스키극장에 입단했다. 이듬해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지휘하는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수잔나로 데뷔하자마자 러시아 대표 프리마돈나로 등극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림스키코르사코프 음대 재학시절 마린스키극장에서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예술감독인 게르기예프가 그의 노래를 듣고 발탁했다는 ‘신데렐라 스토리’가 전해지기도 한다.

2000년 마린스키극장이 제작한 프로코피예프의 ‘전쟁과 평화’가 세계 주요 오페라극장에 초청되면서 주역인 나타샤를 연기했던 그는 스타로 급부상했다. 이어 2004년 이탈리아 오페라 아리아로 채워진 두 번째 앨범 ‘언제나 자유롭게’를 발표하고 오페라 역사상 처음으로 뮤직 비디오를 찍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후 수많은 오페라극장과 페스티벌 주역을 도맡아 왔다.

다만 가창력에 대해 압도적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폭발적인 고음과 관능적인 음색이 매력적이지만 호소력이 짙은 편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합예술인 오페라에서 그의 드라마틱한 연기와 함께 노래를 들으면 2% 부족했던 부분이 채워진다.

그래서 네트렙코는 연기력이 중요한 전막 오페라 공연에서 빛을 발한다.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의 루치아 등 이탈리아 오페라 여주인공에서 특히 그렇다. 하지만 팬층이 얇고 제작여건이 열악한 한국에서 네트렙코를 주인공으로 한 오페라가 공연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콘서트에서 만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리사이틀을 한달 앞뒀지만 티켓은 거의 매진됐다.

한편 그는 2006년 오스트리아로 국적을 바꿨다. 해외 공연을 다닐 때마다 러시아의 비자 신청 과정이 너무 복잡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그는 “국적을 바꿨지만 난 영원히 러시아인”이라고 강조했다. 여전히 러시아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2014 소치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올림픽 찬가를 부르기도 했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