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친일인명사전 공방

입력 2016-02-13 04:00
교육부와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사사건건 대립하면서 새 학기를 앞둔 교육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누리과정 예산 갈등이 ‘어린이집 보육대란’을 예고한 다음달 중순까지 숨고르기에 들어가자 이번엔 ‘친일인명사전’ 배포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교육부는 12일 서울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친일인명사전의 일선 학교 배포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서울교육청은 지난 2일 서울의 중·고교 583개교 도서관에 민족문제연구소가 편찬한 친일인명사전을 한 질(3권)씩 배포키로 하고 학교별로 구입 예산 30만원씩을 교부했다. 이 책에는 일제강점기 4389명의 친일 행적이 수록돼 있다.

교육부는 배포 절차부터 문제 삼았다. 학교에서 도서를 구입하려면 학교도서관 진흥법에 따라 구입 전 1주일간 공포하고 학교도서관운영위원회 등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이런 규정과 절차를 지켰는지 파악해 29일까지 교육부에 보고토록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특정 단체가 만든 특정 도서를 교육청이 콕 집어 돈을 준 전례는 없다”며 “학교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고 특정 단체를 간접 지원한다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 책을 역사수업에 활용토록 한 데 대해서도 “편향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내용을 학생에게 주입할 우려가 크다”며 문제 삼았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책 한 권을 도서관에 비치하게 한 걸 일선 학교의 자율성까지 운운하며 막는 게 중앙정부가 할 일인지 의문”이라며 “이 책의 편향성 논란은 이미 대법원 판결 등을 통해 해소됐다”고 반박했다. 서울교육청은 교육부 반대에도 친일인명사전의 일선 학교 배포를 강행할 방침이다.

정부와 진보 교육감의 대립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후속 조치, 국정 역사교과서 문제와 대안 교재 움직임 등 극한으로 치달을 사안이 즐비하다. 교육부는 국정교과서 반대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을 징계하지 않고 있는 교육감들을 이달 중 고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또 교육청에 전교조와 관련한 모든 지원을 중단하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교육감들은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정부의 국정 역사 교과서에 맞서 전북·광주·세종·강원교육청 등이 공동 개발하고 있는 ‘대안 교재’도 학교 현장에 파열음을 예고하고 있다. 이 교재는 이미 집필에 들어간 상태다. 이처럼 갈등이 ‘상시화’되면서 학교 현장에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내려오는 두 개의 지시 사항이 존재하는 혼란이 올해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