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기관, 코스닥에 매물 폭탄… 개미들 ‘비명’

입력 2016-02-12 21:18 수정 2016-02-13 00:24
600선 바로 위까지 내려앉은 코스닥지수를 12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 직원들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증권가는 12일 비까지 내려 우중충한 분위기 자체였다. 코스닥이 8% 넘게 급락해 4년6개월 만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등 제2글로벌 금융위기로 치닫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마저 엄습했다.

◇팔자…팔자…=증시가 문을 열자마자 주식을 팔겠다는 주문이 밀려왔다. 그동안 급등했던 코스닥 시장에서 매물이 쏟아졌다. 갈수록 빠지는 주가에 투자자들이 심리적 공황에 빠지며 개장한 지 2시간55분 만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코스닥지수는 장중 600선도 무너졌다. 서킷브레이커로 거래가 중단됐다 재개되면서 낙폭을 줄이는 듯했지만 결국 6% 넘게 주저앉은 채 마감됐다. 대장주인 셀트리온 주가가 10% 넘게 하락한 것을 비롯해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의 주가가 모두 큰 폭으로 내려갔다. 메디톡스 바이로메드 등 설 연휴 전까지 증시를 이끌었던 의료·제약 관련주가 폭락하면서 투자심리를 패닉으로 끌고 갔다. 외국인과 기관이 투매하는 주식을 개인투자자들이 매수하며 안간힘을 썼지만 역부족이었다.

코스닥이 많이 빠진 것은 글로벌 경기 불안 등으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가운데 상대적으로 위험(리스크)에 민감한 코스닥에 매도가 집중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 춘제 연휴로 휴장했던 중국 증시가 다시 문을 여는 데 대한 불안감에 대비해 주식을 미리 매도한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의 닛케이지수도 3일 연속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한국 증시에서도 투자심리가 점점 얼어붙었다.

코스피지수도 계속 아래로 밀려나며 1800선이 다시 위태로워졌다. 그나마 엔화 강세로 수출 실적이 나아지리라는 기대감에 삼성전자 주가가 제자리를 지켰고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지수 하락폭을 줄였다.

환율은 급등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2.4원 내린 달러당 1200.1원에서 거래가 시작됐으나 증시 패닉에 외국인들의 달러화 매수세가 늘면서 오히려 큰 폭으로 올라 변동폭이 11.6원이나 됐다. 종가는 달러당 1211.7원이었다. 글로벌 장기펀드가 이달 들어 원화 국채를 대거 순매도하고 빠져나간 영향이 컸다.

◇사방이 악재=KDB대우증권 김형래 연구원은 “호재를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 없다”며 “악재만 즐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한 리스크는 점점 위험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연휴 동안 진행된 미사일 발사와 사드 배치 추진에 이어 개성공단 전면 중단, 여기에 한·미 연합훈련의 김정은 참수작전까지 거론되면서 국지적인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도 커졌다. 한국의 국가부도 위험은 5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랐다. 뉴욕 장외시장에서 한국 정부가 발행한 5년 만기 외화채권에 대한 신용부도 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전날보다 9bp(1bp=0.01% 포인트) 오른 83bp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9월 28일(83bp)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의 CDS 프리미엄은 올 들어서만 28bp 급등했다.

일본과 중국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단행한 이후 주가 폭락을 거듭하고 있는 일본이 동아시아 증시의 패닉을 키우고 있다. 한국은행 도쿄사무소는 “일본 경제는 수요 관련 지표 대부분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회복세가 약화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엔화 강세와 위안화 약세의 동아시아 환율전쟁도 지켜보는 이들을 불안하게 한다.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1077.64원으로 하루 전보다 10.29원 올랐다. 2013년 11월 이후 2년3개월 만에 최고치다.

중국은 연일 금융시장을 흔드는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은행권이 막대한 부실채권을 안고 있어 10%만 자산손실을 본다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 1000조원의 4배 넘는 4000조원의 자본이 증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를 메우려면 중국 정부가 10조 달러 이상의 위안화를 신규 발행해야만 하고, 이는 위안화 폭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였다.

여기에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무역 분야에서 나타날 것이라는 불안감과 15일 개장할 상하이 증시의 동향까지 중국발 악재가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