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한국계 입양인 장 뱅상 플라세(47·사진) 상원의원이 장관직에 임명됐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11일(현지시간) 발표된 개각에서 플라세 의원이 국가개혁(Reforme de l’Etat) 장관에 임명됐다고 전했다. 이날 자리에서 물러난 플뢰르 펠르랭(42·김종숙) 문화장관에 이어 한국계로서는 두 번째 프랑스 장관이다.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난 플라세 장관은 고아원에서 지내다 7세 무렵인 1975년 7월 프랑스에 입양돼 파리 땅을 밟았다. 한국에서 가져온 짐이라곤 옷 몇 벌과 성경책이 전부였던 플라세 장관은 양부모 밑에서 4남매와 함께 자랐다.
어린 시절부터 역사책을 읽으며 정치인을 꿈꾼 그는 지난해 5월 펴낸 자서전 ‘내가 안 될 게 뭐야!(Pourquoi pas moi!)’에서 “스물다섯 살 때 마흔이 되기 전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다짐했다”며 “화장실 벽에도 이 계획을 걸어놨다”고 회고했다. 1993년 의원 보좌관으로 정계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2011년 43세 나이로 상원의원에 당선돼 꿈을 이뤘다.
플라세 장관은 그간 꾸준히 장관직 후보 물망에 오르내렸다. 이날 소식을 전한 르몽드 역시 “장 뱅상 플라세: 마침내 장관에!”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장관직 임명이 전부터 예상돼 왔다고 전했다. 플라세는 지난해 7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장관이 되고 싶다는 뜻을 직접 드러내며 “나처럼 외국에서 건너와 프랑스인이 된 이들도 프랑스에서 책임질 수 있는 일을 하는 꿈을 꾸게 해주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어린 시절 양부모가 자신을 버릴까 봐 한국어 배우길 꺼렸을 정도로 모국과 거리를 둬왔던 그는 상원의원에 당선된 뒤 딸이 태어나고 나서 한국과 다시 인연을 맺었다. 그간 수차례 한국을 찾아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는가 하면 2014년에는 파리주재 한국대사관에서 딸에게 한복을 입혀 돌사진을 찍기도 했다. 플라세 장관은 “딸이 자라면 한국문화원의 한국어 강좌에 등록해 아버지 나라인 한국과 한국어를 배우도록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내가 안 될 게 뭐야!’… 프랑스 개혁장관 된 한국 입양인
입력 2016-02-12 2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