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의 주요 외교안보정책이 일제히 가보지 않던 길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대북정책은 물론 미·중·일 등 주요 국가를 상대로 강수를 두는 데 망설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 성과가 적지 않았지만 급작스러운 북핵 국면에 들어서자 리스크 관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기로에 선 외교안보정책에 최악의 상태를 가정한 ‘플랜 지(Z)’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외교안보정책의 핵심은 지난 10일 발표한 개성공단 전면 중단 선언이다. 하루 만에 북한이 ‘전면 폐쇄’를 공식화하면서 남북 간 마지막 교류·협력 장치가 사라졌다. 북한은 나아가 군 통신과 판문점 연락체계마저 폐쇄했다. 당국 간 공식 채널은 물론 민간·경협 채널까지 모두 닫힌 것은 남북이 관계 개선을 시도한 이래 처음이다. 1972년 ‘7·4남북 공동성명’ 이후 역대 정부는 꾸준히 대화와 압박의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해 왔지만 처음으로 강경책이 주축을 이루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현 정부 내 남북관계 개선은 어렵다는 데 목소리를 모은다. 하지만 구체적인 관계 전망에 있어선 ‘준전시상태’에서부터 ‘일시적 단절’까지 크게 전망이 엇갈리는 상태다.
대일 외교에 있어서도 현 정부는 어느 정부도 시도하지 못했던 큰 산을 하나 넘었다. 위안부 합의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역대 정부에서 한번도 다루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것”이라고 스스로 평가할 정도로 ‘난제 중의 난제’였다.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합의를 이뤄냈지만 그 성과에는 물음표가 찍혀 있다. 한·미·일 3각 안보 공조는 북핵 국면에서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경제·정치·문화 등 한·일 협력 관계의 구체적인 비전도 모호하다.
대중 외교는 큰 변곡점을 맞았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해 천안문 망루에 올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 관계를 과시했다. 미국에서조차 ‘중국 경사론’에 대한 우려가 나올 정도로 한·중은 밀착 관계를 구축했다. 하지만 북핵 국면에 들어서면서 이상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시 주석은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박 대통령과 한 달간이나 전화를 하지 않았다. 중국은 우리 정부의 강력한 요청에도 대북제재에 여전히 소극적이다. 다만 중국 내 전문가 그룹에서는 일부 개성공단 운영 중단 결정을 높게 평가하는 등 기존 대중 외교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상태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미국과 사드 배치 논의 공식화를 선언한다. 북핵 위협에 대응하고 한·미동맹을 강화한다는 차원이지만 이면엔 대중 압박 의도가 놓여 있다. 중국은 즉각 ‘신중한 판단’을 촉구하며 불쾌한 기운을 숨기지 않고 있다. 한반도에는 다시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新)냉전 구도의 그림자가 내려앉고 있다.
정부의 이러한 외교정책은 어느 하나도 동떨어져 있는 게 없다. 하나의 정책이 실패하면 나머지 정책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상태다. 정부는 일련의 정책을 통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유라시아의 주도적 질서 재편을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북핵 변수가 발생하면서 역대 정부에서 한 가지도 다루기 어려웠던 강수를 동시에 다뤄야 하는 험난한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최악의 상황을 상정한 섬세한 출구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관련기사 보기]
대북정책도, 주변국 외교도 전인미답… 가시밭길 우려
입력 2016-02-12 2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