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포퓰리즘’ 또 핵무장론 들먹… 여권서 잇단 주장 논란

입력 2016-02-12 21:26

‘핵(核) 무장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핵무기 개발 완성 단계에 진입한 북한에 대한 새로운 방식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핵 무장론 자체가 국제적 고립을 초래할 뿐인 ‘안보 포퓰리즘’에 불과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상당하다.

새누리당 노철래 의원은 1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경제제재나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 도입 등으로는 절대 북한을 제압할 수 없다”며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도 핵 개발을 선언하는 게 남북의 지금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카드라 본다”고 말했다.

공개석상에서 여러 차례 핵 무장론을 폈던 원유철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저쪽에선 권총을 우리 이마에 겨누는데 우리는 칼만 가지고 대응했다. 이제 우리도 권총을 들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전술핵 배치론자’로 꼽히는 정몽준 전 대표는 최근 블로그를 통해 “핵무기는 핵무기로 대응해야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역설이야말로 냉전의 교훈”이라며 “핵에 상응하는 강력한 수단이 있을 때만 핵을 없애는 협상도 가능하다”고 했다.

여권 내 핵 무장 주장은 안보정책 변화를 요구하는 여론에 편승한 측면이 크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벌인 여론조사(1005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에서 ‘우리나라도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에 응답자의 54%가 찬성했고, 38%만 반대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섣부른 핵 무장론은 얻는 것보다 잃을 게 많다는 것이 중론이다.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할 수 없게 되는 만큼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혹평도 존재한다. 그만큼 핵 무장론이 현실을 무시한 극단주의적 발상이라는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핵 무장론은 북한의 핵 개발 논리를 용인할 뿐 아니라 일본 대만 등의 핵 개발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져 동북아시아 안보 지형을 완전히 뒤바꿔놓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최대 우방인 미국이 우리나라의 핵 보유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는 점도 핵 무장론의 현실성을 떨어뜨린다. 김 교수는 “미국의 핵우산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결국 한·미동맹을 깬다는 것”이라며 “미국은 한국이 자국 영향력에서 이탈하는 것을 결코 용인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