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박스오피스 1위는 이순신의 명량대첩을 다룬 ‘명량’이다. 2014년 개봉해 총 1761만명이라는 관객동원 신기록을 세웠다. 그간 외국영화 ‘아바타’(2009년 개봉, 관객 1362만명)에 내준 흥행 1위 타이틀을 되찾은 것이다. 국내시장에선 처음으로 일일 관객 100만명을 넘어 125만명까지 모으는 진기록도 달성했다. 하지만 이런 기록이 스크린 독과점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개봉 첫주 국내 상영관 전체 스크린의 절반을 훨씬 넘는 1587개에서 이 영화가 상영됐으니 말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스크린 독과점도 심하다. 지난해 개봉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무려 1843개 스크린을 차지했다. 역대 한국·외국영화를 통틀어 스크린 수 1위다. 대박 영화 탄생은 스크린 독과점과 무관치 않다. 지금까지 관객 1000만명을 돌파한 영화는 모두 17개(한국영화 13개+외국영화 4개)다. 여기에는 수익이 된다면 물불 가리지 않고 특정 영화만 밀어주는 대기업 극장들의 장삿속이 깔려 있다. 근본적으로는 영화 제작과 배급, 상영을 모두 장악한 대기업 수직계열화의 문제로 이어진다.
이번 설 연휴에는 황정민·강동원 주연의 오락영화 ‘검사외전’의 나홀로 독주가 화제였다. 마땅한 경쟁작이 없었던 때문인지 설 연휴 역대 최다 관객을 모을 정도로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3일 개봉 이후 현재 누적 관객은 700만명에 달한다. 매출액 점유율은 70%. 스크린도 전국 2424개 중 최대 1806개를 점유(75%)해 한국영화로는 역대 1위 기록이다. 상영 횟수는 전체의 50%를 넘는다. 관객이 원해서 스크린을 늘린 것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절반 넘는 스크린 독점은 정상이 아니다. 이 경우 관객의 선택권은 무의미하다.
스크린 독과점은 영화계의 고질적 문제다. 그럼에도 CJ CGV가 서울 경기 등에서 예약률이 저조한 ‘쿵푸팬더3’ 아이맥스관 예매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상영관 점검 이유로 예약을 바꿔달라고 한 뒤 ‘검사외전’을 틀었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작은 영화’들에 대한 배려가 아쉽다. 영화의 다양성이 한국 영화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할 텐데 아직도 돈에 휘둘리는 우리의 인식 수준은 낮기만 하다.
박정태 논설위원 jtpark@kmib.co.kr
[한마당-박정태] ‘검사외전’의 불편한 진실
입력 2016-02-12 1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