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 도발 수위 높이는데 남남갈등해서야

입력 2016-02-12 18:09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 이후 북한이 도발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북한의 4차 핵 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촉발된 남북 대치는 준전시를 방불케 한다. 설상가상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지난해 이미 핵 실험 및 미사일 발사를 염두에 두고 3년치 군량미 비축을 지시했다는 외신 보도가 전해졌다. 평안북도 영변 부근에는 서울을 본뜬 군사훈련장을 건설했다고 한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김정은 정권은 전쟁을 각오하고, 준비했다는 얘기다.

북한은 차마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욕설로 박근혜 대통령을 거세게 비난하며 개성공단 가동 중단에 대한 분풀이를 해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남북 화해와 평화의 상징인 개성공단을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해 군사적 긴장감을 높여 남한 내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한반도 위기를 조성해 남남갈등을 유발하려는 북한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북한발 위기가 닥칠 때마다 보혁 진영논리에 매몰돼 한목소리로 북의 위협에 대처하기보다는 내부 갈등에 보다 많은 에너지를 허비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번에도 그런 불길한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여야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0일 대북규탄결의안을 채택할 때만 해도 이번에는 다를 줄 알았다. 한반도 위기가 이전에 비해 훨씬 심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성공단 전면 중단에 대한 여야의 아전인수식 해석 등 진영병(病)이 또 도졌다. 국론을 모아야 할 정치권이 오히려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아무리 선거를 앞둔 시점이라고 해도 안보 문제까지 선거에 악용하려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위기 상황이다. 이런 때일수록 정치권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 기업들에 막대한 피해를 가져다줄 게 분명한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는 성급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물론 그 잘잘못을 따져야 하나 지금은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는 김정은 정권을 응징하는 게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