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4룡이 나르샤… 만리장성 넘는다

입력 2016-02-13 04:00

2016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조별예선이 23일부터 시작된다. K리그 4룡(전북 현대·수원 삼성·FC 서울·포항 스틸러스) 모두 아시아 정복을 꿈꾸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황사 머니’를 앞세운 중국 슈퍼리그 클럽들이다. 특히 광저우 에버그란데는 모기업의 과감한 투자에 힘입어 최근 3번의 ACL에서 2번(2013·2015)이나 우승을 차지했다.

K리그는 2012년 울산 현대 이후로 챔피언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엔 한 팀도 4강에 오르지 못했다. K리그 4룡이 올 시즌엔 ‘만리장성’을 넘어 ACL 패권을 찾아올 수 있을까?

중국 프로축구 클럽들이 엄청난 자본으로 스타 감독들과 선수들을 영입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올해 ACL 조별예선에 나선 슈퍼리그 팀들의 베팅도 어마어마했다.

E조에 속한 전북은 올 시즌 최우선 과제를 ACL 우승으로 잡았다. 이를 위해 김신욱, 김보경, 김창수 등 국가대표 멤버를 보강했다. 전북이 ACL 정상에 오르려면 장쑤 세인티를 잡아야 한다. 장쑤는 ‘스타 쇼핑’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중이다. 지난달 말 첼시에서 뛰던 미드필더 하미레스와 우크라이나 샤흐타르 도네츠크의 미드필더 알렉스 테세이라(이상 브라질)를 영입했다. 각각 이적료가 435억원, 670억원에 달했다. 테세이라의 이적료는 아시아 클럽 역대 최고다. 이도 모자라 브라질 대표팀 공격수 출신 주앙 아우베스까지 데려와 화려한 ‘브라질 커넥션’을 완성했다.

데얀과 주세종, 정인환 등으로 전력을 강화한 서울은 F조에서 선두를 노리고 있다. 그러려면 먼저 산둥 루넝을 눌러야 한다. 산둥은 브라질 대표팀 출신 공격수와 수비수를 앞세워 반란을 일으킬 태세다. 지난 시즌부터 뛰고 있는 공격수 디에고 타르델리가 건재한 가운데 수비수 지우를 영입했다.

수원이 G조에서 상대하는 상하이 상강의 전력도 만만찮다. 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이 이끄는 상하이는 광저우 에버그란데에 이적료 225억원을 주고 지난달 말 엘케손을 사왔다. 엘케손은 광저우 에버그란데에서 3년 동안 뛰며 2013년과 2014년 득점왕에 오른 공격수다.

죽음의 H조에 편성된 포항은 ‘디펜딩 챔피언’ 광저우 에버그란데와 힘겨운 경기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루이스 펠리프 스콜라리 감독의 광저우는 이달 초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뛰던 공격수 잭슨 마르티네즈를 깜짝 영입했다. 이적료는 557억원이다.

최근 중국 클럽들이 ACL에서 선전하고 있는 것은 외국인 선수들 덕분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들과 함께 뛰는 중국인 선수들의 실력도 만만찮다.

지난해까지 베이징 궈안에서 활약한 하대성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실력이 좋은 중국 선수들이 많다”며 “이들의 실력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많은데, 실제로 경험해 보면 그렇지 않다. 개개인은 한국과 일본 선수 못지않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