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런 쑥맥 같으니라고….”
쑥맥이 아니라 ‘숙맥’인데, 하는 짓이 한심하고 사리분별을 못하며 세상물정에 어두운 사람을 숙맥이라고 하지요. ‘콩과 보리를 변별하지 못한다’는 뜻의 ‘숙맥불변(菽麥不辨)’에서 불변이 떨어져 나가고 숙맥만 남은 것입니다.
菽麥은 ‘콩과 보리’를 말합니다. 콩인 菽은 아재비(아저씨·숙부)를 이르는 숙(叔)이 원글자이지요. 손(又)으로 주렁주렁 달린 콩 꼬투리를 따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인데 叔이 ‘아저씨’만을 의미하는 글자로 되면서 식물을 뜻하는 초 두(艸)가 붙어 菽이 되었습니다. 두(豆)와 태(太)도 콩을 뜻하는 글자인데, 콩 꼬투리가 나무 제기인 豆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아예 豆가 콩을 의미하게 된 것이고, 太는 ‘서리태’ 등 우리나라에서만 ‘편의상’ 쓰이는 글자입니다.
도톰하고 동그란 보리를 대맥(大麥)이라 하고, 얇고 길쭉한 밀을 소맥(小麥)이라고 합니다. 보리를 영어로 ‘barley’(발리)라고 하지요? 보리와 음이 비슷하지만 우연입니다. 콩, 보리는 훈민정음 창제 직후 나온 여러 한글서에 이미 등장하기 때문이지요.
숙맥을 면하는 길은 나도 숙맥일지 모른다는 자기성찰에서 시작될 것이고, 사람을 외모의 미추(美醜)로 판단하는 것, 남의 곤궁을 외면하는 것, 불의에 눈 감는 것 등은 숙맥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서완식 어문팀장 suhws@kmib.co.kr
[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콩과 보리도 구분 못하는 ‘숙맥’
입력 2016-02-12 2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