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의 비극은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에서 일어났던 ‘아랍의 민주화’에서 영향을 받아 2011년 봄에 시작된 반정부 시위가 내전으로 번지면서 전개된다. 2015년 중반 시리아 내전으로 20만명 이상이 사망하는 우울한 소식이 들려온다. 시리아 내전은 경제적 원인, 정치 문제, 종교 갈등, 강대국 및 주변국의 이해 충돌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으며 정부군과 반정부군 간의 충돌, 시리아를 둘러싼 국제적 이해의 갈등에서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되고 있는 비극이다.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것은 물론 전쟁의 고통을 피해 시리아를 떠나는 난민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현상도 멈출 기미가 없다. 지난해 후반 통계에 의하면 시리아 난민은 무려 400만명을 넘었다. 올해 5년째로 접어든 시리아 내전의 비극이 언제 마침표를 찍을지 아무도 모른다.
최대 난민 수용 국가인 터키에는 현재 시리아 난민 전체의 45% 이상인 약 200만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난민이 시리아에서 터키로 피난 가는 이유는 터키가 다른 인접국에 비해 민주화 수준이 높으며, 유럽의 길목에 있기 때문이다. 시리아 내전이 계속되는 동안 정부군은 소년들을 납치·구금·구타·고문·성폭행했으며, 인간방패로 활용하거나 소년병으로 강제 동원했다. 유럽의 지원을 받은 반정부군과 시리아 쿠르드족 또한 병력 자원으로 소년들을 활용하고 있다.
아브라모 폴로스 EU 이민담당 집행위원은 “브로커들이 내전을 피해 탈출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돈을 받고 새로운 루트와 방법을 찾고 있다”고 지적했다. 난민들은 이상적인 정착지로 인권을 보장받을 것으로 여겨지는 유럽 국가들을 생각하고 있지만, 이동하는 길은 험난하며 이동 중 죽음을 맞곤 한다. 브로커들이 난민 수백명을 배에 태워 이동하다가 바다에 버려두고 사라져 거센 파도와 풍랑으로 숨진 이들이 부지기수다. 지난해 8월에는 시리아 난민이 헝가리와 오스트리아 국경에서 냉동트럭 안에서 시신으로 발견되기도 했다. 시리아 난민들이 브로커들의 희생양이 되고 있어서 안타깝다. 더욱이 지난해 11월 14일 파리에서 일어난 테러로 유럽 국가들이 시리아 난민 수용에 부정적 태도를 갖게 되자 피난처 찾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시리아 내전 해법은 꼬이고 있다. 시리아 내부의 정치, 종교적 갈등에 터키,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주변국은 물론 EU,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과 러시아와 중국 등 과거 사회주의 진영이 깊은 관심을 보이기 때문이다.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통치에 대해 이란이 지원하는 반면 터키와 사우디아라비아는 반정부군을 지지한다. 서방 진영은 반정부군을, 과거 사회주의 진영은 알아사드 대통령을 후원하고 있어 시리아 내전은 미궁 속을 헤매는 모습이다. 최근 시리아 내전을 해결하기 위해 제네바 회의를 계획했으나 회의 참여 대상자를 놓고 이견이 생겨 연기됐다. 시리아의 비극은 시리아 정부와 반정부군이 해결해야 하지만, 이제는 국제 갈등으로 번졌다. 시리아 내전은 민주화 갈망에서 시작됐으나 주변국 간의 대립으로 번졌고 여기에 강대국도 가세하고 있어 비극은 중단될 줄 모르고 현재진행형이다.
이를 보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 상황을 떠올린다. 시리아의 반정부 시위가 내전으로 확대되고 그것이 강대국 개입을 유발했던 점을 한국의 정치인들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김대성 (한국외대 교수·중앙아연구소장)
[기고-김대성] 시리아 비극과 강대국 충돌
입력 2016-02-12 1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