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인체의 한계

입력 2016-02-12 18:12
체온계. 위키피디아

연휴가 지나니 체중계 눈금이 슬그머니 더 회전을 한다. 먹는 즐거움을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즐거운 고민은 20세기 중반 녹색혁명의 부작용인지 모른다. 연휴 동안 작은 변화에도 민감히 반응하는 우리의 몸, 건강한 신체 유지를 위해 적정한 환경여건이 필요한 이유이다.

과도한 영양 공급으로 인한 비만이 만병의 원인으로 작용하지만 반대로 영양분의 공급 부족은 인체를 한계상황으로 치닫게 한다. 단식으로 인해 인체가 버틸 수 있는 한계점은 체중의 30%가 손실되는 때이다. 즉, 70㎏의 성인이 단식으로 몸무게가 49㎏로 감소하면 생명이 위협받는데, 단식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최대 45일 정도이다.

상처에 의한 출혈량 역시 생명유지에 지장을 초래한다. 총 혈액량 중 30% 정도의 출혈은 회복이 가능하지만 출혈이 40%에 이르면 즉시 수혈받아야 한다. 물 공급 역시 중요한데, 사람이 하루 동안 배출하는 물의 양이 약 1ℓ이므로 수분 공급이 없으면 탈수로 인해 인체는 일주일도 버티지 못한다.

온도 역시 중요한 환경요인이다. 체온의 경우 42도가 넘으면 더 이상 손쓸 수 없는 한계상황에 이르게 되고, 저체온증 역시 사망에 이르게 하는데 4도 정도의 바닷물에서 인체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은 고작 30분 정도이다. 화재 등에 의해 밀폐된 곳의 온도가 150도 정도에 이르면 인체는 약 10분밖에 버티지 못한다. 그러나 밀폐된 차량 안에서 어린아이가 버틸 수 있는 임계 온도는 48도에 불과하다.

산소 공급 또한 인체가 버틸 수 있는 내성의 한계를 지닌다. 일반인의 경우 해발고도 4500m 이상 고지대에서는 희박한 산소로 의식이 희미해지고, 수심 18m의 물속에서는 2분 이내에 의식을 잃는다. 이는 코와 입을 막은 상태에서 호흡을 못하면 2분을 버티지 못하는 것과 동일하다.

영양분, 온도, 산소에 극명한 한계점을 지니는 취약한 인간의 신체. 철학자 니체도 인체의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우리가 중요하다 생각하는 ‘이성’보다 중요한 더 ‘큰 이성’이 존재하는데 이것이 바로 신체이고, 자기극복의 삶은 신체에서 기원한다고 주장했다. 새해엔 무조건적인 다이어트보다는 적정한 운동과 환경조성으로 우리의 큰 이성을 잘 다스려보자.

노태호(KEI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