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前 아인슈타인의 중력파 찾아냈다… 美 국립과학재단 증거 공개

입력 2016-02-12 07:50 수정 2016-02-12 09:57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왼쪽 사진)이 100년 전 예견한 중력파의 실체가 확인됐다. 오른쪽 사진은 거대한 블랙홀 2개가 서로 충돌해 새로운 블랙홀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중력파가 생성되는 메커니즘을 미 항공우주국(NASA)이 3차원 영상으로 만들어낸 조감도. NASA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이 100년 전 예견한 현상 가운데 마지막 남은 ‘중력파’의 실체가 마침내 입증됐다. 중력파란 호수에 돌을 던지면 물결이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나가듯 블랙홀 등 우주 현상으로 인해 발생한 강력한 중력이 우주공간으로 퍼져나가 시공간을 일그러뜨리는 것으로 추정돼 왔다. 그동안 많은 과학자들이 중력파 검출을 시도했지만 실체가 공식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은 10일(현지시간) 오전 워싱턴DC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과 한국, 영국 등 15개국 연구진이 참여한 ‘고급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IGO) 과학협력단’이 마침내 중력파를 발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연구를 이끌었던 캘리포니아공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소속 과학자들도 이날 한자리에 모여 중력파 검출을 위한 과학계의 노력이 마침내 성공했음을 자축했다. 한국에서도 서울대 부산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등 소속 연구원들이 연구에 참여했다. 유럽중력파검출연구단도 같은 시간에 이탈리아 마체라타 버고 관측소에서 별도로 발표회를 열었다.

앞서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에 입각해 중력파의 존재를 주장했지만 그는 중력파를 과학적으로 입증하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1969년 미국 메릴랜드대 조지프 웨버 박사가 초기 형태의 검출 장치를 만들어 중력파를 찾아나서면서 중력파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려는 노력이 이어졌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지구에 도달할 정도가 되면 중력파가 아주 약해져 관측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미국 과학자들이 남극전파망원경(BICEP-2)을 통해 중력파를 발견했다고 밝히면서 과학계가 잠시 축제 분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몇 달 후 치러진 재검증에서 당시 발견된 것은 중력파가 아닌 우주먼지에 의한 잡음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던 중 지난달부터 LIGO 과학협력단이 미국에 설치한 LIGO를 이용해 중력파에 관한 논문을 쓰고 있다는 소문이 과학계 전반으로 확산됐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리빙스턴과 워싱턴주 핸퍼드에 설치된 중력파 관측 설비인 LIGO는 약 4㎞짜리 진공터널 2개를 이어 붙이고 양끝에 거울을 달아 그 사이에 레이저가 오가도록 만들어졌다. 중력파가 터널을 지나갈 경우 거울이 출렁이면서 레이저에 무늬가 생기고 이를 관측해 중력파를 탐지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이 이번에 관측한 중력파는 각각 태양의 29배와 36배 질량을 가진 블랙홀 2개가 서로 충돌해 새로운 블랙홀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생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력파 존재가 확인되면서 세계 과학계의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과학계는 중력파 발견이 블랙홀의 생성과 흡수, 중성자별의 충돌 등 천체 생성과 작동원리 등 우주 탄생의 많은 비밀을 알아내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