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갈등 커질수록 통일의 꿈은 더 간절해집니다… 기독청년 6인과 ‘청년, 통일하자’ 펴낸 김경헌씨

입력 2016-02-12 21:10
통일을 기대하며 쓴 ‘청년, 통일하자’의 공동저자들. 가찬미 정영지 김진평 김경헌 방아름 곽우정씨와 재미교포 나주은씨 글을 번역한 최인희씨(왼쪽부터). 김경헌 제공
김경헌 스마트에듀 대표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정부가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란 초강수로 맞서면서 남북한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다. 아무리 봐도 통일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이 상황에서 “통일을 향한 믿음을 갖고 통일을 외치자”는 청년이 있다. 자신을 포함해 통일을 꿈꾸는 청년 7명의 이야기를 담은 책 ‘청년, 통일하자’(홍성사)를 최근 낸 김경헌(33) 스마트에듀 대표다.

김씨는 “‘통일 한반도’의 꿈은 오직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청년들만이 품을 수 있는 값진 꿈”이라며 “특히 기독 청년이라면 주님께서 북한땅을 곧 허락한다는 믿음과 긍정적인 기대를 품었으면 한다”고 말한다. 유아교육 콘텐츠 기업을 이끄는 이 청년사업가는 왜 지금 당장 청년들이 통일을 외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이 답을 듣고자 지난 5일 경기도 고양시 주화로의 회사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건국대 히브리중동학과를 졸업한 김 대표는 원래 유대인 회복운동에 관심이 많은 선교사 지망생이었다. 대학 졸업 후 학생군사훈련단(ROTC)으로 전역한 그는 이스라엘에서 10개월간 단기선교사로 활동했다. 이 과정에서 꿈을 ‘비즈니스 선교사’로 바꿨고, 수십 번의 낙방을 겪다 한 대기업에 입사했다.

직장생활은 선교활동을 병행할 정도로 여유롭지 않았다. “각종 회의와 회식에 지치다보니 비즈니스 선교라는 게 아득하게만 느껴졌어요. 돈을 적게 벌더라도 신앙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죠.” 마침 지인의 제안으로 중소기업청이 지원하는 미국 실리콘밸리 진출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입사 1년 만에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

모든 것을 건 미국행이었지만 불행히도 연수 도중 중간 평가에서 탈락했다. 동업자인 지인과도 관계가 틀어져 창업 기회도 멀어졌다. 낙심한 그는 무작정 미국 동부로 여행을 떠났다. 이때 여행 도중 방문한 워싱턴의 홀로코스트 박물관은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나치정권 아래 신음하는 유대인의 모습에서 북한 주민의 모습이 겹쳐 보였어요. 박물관에서 고통스러운 장면을 보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님이 급하고, 내게 간절히 원하는 일은 통일 준비가 아닐까?’ 한국에 돌아가면 청년들에게 통일을 준비시키는 일을 하겠다고 그때 결심했습니다.”

2012년 한국에 돌아온 그는 어머니가 운영하던 유아교재 유통기업을 이어받은 직후 본격적으로 통일 준비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2013년부터 출석 교회인 일산 한소망교회에서 통일 준비 소모임을 운영한 것이다. 김 대표는 12주 과정의 소모임 커리큘럼을 직접 제작하며 통일 공감대를 확산하는 데 주력했다.

소모임과 동시에 준비한 것이 이번에 출간한 책이다. 책 가제를 ‘통일 청년 스토리’라고 명명한 그는 통일 기도모임으로 인연을 맺거나 소개받은 청년 7명과 힘을 합쳐 자신들이 통일에 관심을 갖게 된 이야기를 수집했다. 각자의 위치에서 구체적으로 통일을 실천하는 청년이 있음을 알려 더 많은 청년에게 통일에 대한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서였다. 책에는 김 대표 이야기뿐 아니라 대학시절 북한 인권학회를 설립한 예비 법조인, 미국과 중국에서 북한 기도모임을 운영한 교포와 유학생 등의 생생한 이야기가 담겼다.

김 대표가 통일에 뜻을 둔 이들과 힘을 모아 벌인 또 다른 프로그램은 ‘통일준비학교’다. 2014년 5월 첫선을 보인 통일준비학교는 기존 북한 선교 프로그램과 달리 북한 전문가 없이 진행하는 게 특징이다. 통일의 당위성과 분단 비용, 통일 한반도에서 일어날 일을 예상하며 통일한국에서 자신의 진로를 발견하는 모임인 만큼 전문가가 따로 필요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 그의 목표는 전국 교회에 통일준비학교가 확산돼 더 많은 기독 청년과 통일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는 이를 위해 무엇보다 교회가 청년들의 통일 준비에 적극 나서 달라고 주문했다.

“저는 요즘 청년들이 ‘헬조선’ ‘흙수저’란 말을 쓰는 게 안타까워요. 기독 청년이라면 세대의 흐름에 무조건 따라갈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곧 허락할 통일에 대한 확신과 희망을 품고 미래를 준비하길 바랍니다. 12명의 가나안 정탐꾼 중 하나님의 뜻을 본 사람은 여호수아와 갈렙뿐이었지요. 분단 71주년을 맞는 우리나라에도 이들 같이 주님의 마음을 읽는 청년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글=양민경 기자, 사진=전호광 인턴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