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교류·협력은 없다’… 北 적반하장 ‘개성공단 폐쇄’

입력 2016-02-12 04:26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11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황 총리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성남 외교부 1차관,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홍 장관, 한민구 국방부 장관. 구성찬 기자
북한은 11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명의의 성명을 통해 개성공단이 ‘전면 폐쇄’됐음을 공식 선언했다. 이어 발표한 중대조치 5개항은 전면폐쇄에 따른 개성공단 지구의 용도변경과 자산처리 문제 등을 담고 있다. 또 남북 간 통행로와 통신·연락 채널 역시 폐쇄하면서 더 이상 교류·협력이 없을 것임도 분명히 했다.

북한은 성명을 통해 개성공단의 폐쇄 및 군사통제구역 선포와 함께 서해선 육로를 차단하고 인접한 군사분계선도 전면 봉쇄한다고 밝혔다. 또 남측 인원들의 철수, 설비·자산 전면 동결, 남북 간 군 통신 및 판문점 연락통로 폐쇄, 북측 근로자의 개성공단 전원 철수 등 5개항을 선언했다.

이런 상황은 정부로서도 가동 전면 중단을 선언할 때 어느 정도는 예견했던 사항이다. 다만 시기가 너무 전격적이었고, 내용도 예상보다 강력한 면이 있다. 성기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11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군사분계선을 봉쇄하고 육로까지 차단할 것이라고는 예상하기가 어려웠던 상황”이라며 “남북 관계에 관한 한 박근혜정부에서 더 이상 진전을 기대할 것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측은 지난해 8·25합의와 차관급 당국회담을 통해 금강산 관광 재개 가능성 등을 타진했지만, 원하는 답을 얻지 못했다. 여기에 정부가 개성공단 운영 중단이라는 선제 조치에 착수하자 결국 관계 복원을 단념했다는 것이다. 군 통신과 판문점 연락통로까지 폐쇄키로 결정한 것도 이 같은 내용을 뒷받침한다. 특히 7차 당 대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남측 요구에 호락호락한 모습을 보이는 게 전략적으로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개연성이 크다.

공단 내 자산 몰수·동결 조치는 금강산 관광 중단 사태에서 보듯 줄곧 또 하나의 위협 카드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자산의 처분 가능성을 언급하며 피해 기업들을 자극하고 남남 갈등을 지속적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북한은 성명에서도 “남조선인민들이 격분에 넘쳐 규탄하듯이 개성공업지구 전면 중단은 제 손으로 제 발등을 찍은 자살행위에 불과한 것”이라며 “날벼락을 맞은 것은 남조선 기업들과 인민들이며,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은 박근혜 역적패당 자신들”이라며 노골적으로 갈등을 부추겼다.

북한의 이번 조치는 2013년 개성공단 폐쇄 당시에 비해 훨씬 전격적이고 신속하게 이뤄졌다. 당시 북한은 통행제한 조치 이후 6일째 가동중단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이번엔 우리가 공장 가동을 중지한 지 하루 만에 폐쇄를 선언했다.

이는 우리 정부가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여유를 주지 않고, 파장을 극대화하려는 의사로 해석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개성공단에 남겨놓은 기업 자산의 반출 문제 등을 놓고 향후 남북한 당국 간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 협상이 예상된다”며 “북한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우리 측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시점에 깜짝 발표를 감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고강도 대북제재를 촉구하는 우리 정부에 대한 불쾌함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성명은 “우리의 수소탄 시험과 위성 발사는 그 누구도 시비할 수 없는 주권국가의 합법적인 자주적 권리의 떳떳한 행사”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박근혜패당은 그 무슨 유엔 결의 위반으로 떠들어대면서 제재소동을 일구다 못해 개성공업지구의 전면중단을 선포하는 데까지 이르렀다”고 비난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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