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전면 중단이라는 ‘극약 처방’의 1차 목표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돈줄 차단이지만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과시하는 측면도 상당하다. ‘본보기’를 보여 미·일은 물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중·러까지 강경 대북 제재에 동참토록 견인하겠다는 포석이다.
그러나 대북 제재 포위망의 ‘구멍’인 중국과 러시아가 전향적 반응을 보일지 여전히 불투명하다. 북한이 우리 정부 조치에 남측 인원 추방과 자산 동결 조치 등 강경 대응에 나서면서 최후의 대북 레버리지마저 허망하게 소진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우리 정부는 이번 조치가 국제사회에 보내는 메시지임을 분명히 한 바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10일 개성공단 중단 조치 발표 직전 기자들과 만나 “국제사회가 북한을 변화시키도록 기다릴 게 아니라 우리가 실효적·지속적 대북 압박을 국제사회로부터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발표한 정부 성명에선 “(북한 문제의) 핵심 당사국인 우리도 (국제사회 제재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면서 수위를 다소 조절했다.
실제로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우리와 긴밀히 공조해온 미·일은 즉각 동참 의사를 나타냈다. 미국 상원은 10일(현지시간) 역대 가장 강력한 내용을 담은 대북 제재 법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일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주재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대북 독자 제재를 결정했다.
미국 조야(朝野)의 강경파들은 과거 북한 도발이 있을 때마다 개성공단에 대한 불만을 지속적으로 표출해 왔다. 그때마다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은 대량살상무기(WMD) 개발과 관련 없는 순수 경제 교류’라며 선을 그어 왔다. 국제사회 또한 핵심 당사국인 우리 입장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추가 문제제기는 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가 ‘육참골단’(肉斬骨斷·자신의 살을 베어 상대의 뼈를 끊는다)의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 조치는 유엔 안보리에서 논의 중인 대북 제재 결의안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강력한 대북 제재가 아닌 ‘합당한 대응’을 강조하는 중국에도 일종의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중국 내에선 “남한이 대북 압박에 동참하라고 재촉하면서도 뒤로는 개성공단을 운영한다”는 볼멘소리가 있었지만 이런 시각을 불식시킨 셈이 됐다.
하지만 정책 전환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중국 체제 특성상 개성공단 중단 조치를 계기로 곧바로 대북 양자 제재에 전향적으로 나서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중단 조치와 관련, 외교 채널을 통해 중국 측에 설명했으며 중국 정부 차원의 반응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반도 평화·안정을 중시하는 중국의 스탠스로 미뤄 개성공단 중단 조치가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다소 부정적인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개성공단까지 대북 제재 테이블에 올려놓고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결국 이번 조치는 ‘자충수’로 돌아올 공산이 크다. 북한은 개성공단 전면 중단에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다.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도 멈추지 않았던 개성공단이 북핵 문제 해결의 단초를 마련하지 못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면 우리 정부로서도 정치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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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2-12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