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의 다음 구상은?… 국제사회와 ‘돈줄 죄기’ 공조, ‘북한 체제 변화’ 유도에 초점

입력 2016-02-11 22:17

남북관계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던 개성공단까지 전면 중단하는 ‘극약 처방’을 내린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 구상은 ‘북한 체제 변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음이 분명해진 이상 북한의 체제 변화만이 문제의 근본 해법이란 인식을 하게 됐다는 의미다. 이는 대북 정책 기조에 근본적 변화를 주는 것으로, 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 2년 동안 남북관계는 대화와 협력 대신 강도 높은 압박 등 ‘강 대 강’ 대결 구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이미 북한 미사일 발사 전 성명을 통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생존이 어렵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며 철저한 압박 의지를 피력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11일 “북한이 앞으로도 핵실험, 미사일 발사를 계속하겠다고 공언하는 상황에서 기존 대응으로는 이런 계획을 막을 수 없다는 게 대통령의 인식”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논란이 무성하던 한·미 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협의 착수, 개성공단 중단 등 과거엔 쉽게 상상하기 어려웠던 조치들이 이뤄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박 대통령의 대북 구상은 미·일 등 국제사회와의 적극 공조를 통해 북한 체제를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집중될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북한정권의 ‘돈줄’ 죄기에 본격 착수하는 방안이 적극 추진될 전망이다.

이런 차원에서 다음달 한·미·일 3국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도 높다. 일본 지지통신은 박 대통령과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등 3국 정상이 다음달 3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 기간에 별도 정상회담을 여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한·미·일 정상은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직후에도 연쇄 전화 통화를 하고 강력하고 실효적인 대북 제재 결의안 도출 및 별도 양자·다자 차원의 제재를 추진키로 했다.

청와대 내부적으로도 그동안 대내외적 비판 속에서도 10년 넘게 지속돼온 개성공단이 결국 북한 체제를 변화시키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중정부, 노무현정부에서 지속돼 온 ‘햇볕정책’과 ‘포용정책’이 오히려 북한의 체제 공고화는 물론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시간만 벌어줬다는 판단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정부의 상징적 대북 정책 기조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역시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그러나 북한이 핵은 물론 탄도미사일 개발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한 이상 남북 간 협력을 통한 신뢰 구축 역시 더 이상 의미를 찾을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일각에선 강공 일변도의 대북 정책이 언제까지 유효한지, 또 향후 남북 간 대화 국면으로 넘어갈 때 우리 정부가 과연 얼마만큼의 협상 레버리지를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또 지난 3년간 이행돼 온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북한의 변함없는 핵 개발 의지를 간과한 ‘실패한 정책’이라는 냉혹한 평가도 박 대통령으로선 커다란 정치적 부담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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