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만에 빛을 본 老교수의 업적… “Q열 일으키는 병원체, 림프암 원인 될 수 있다”

입력 2016-02-11 22:17

우리나라 의학자가 정립한 학문적 업적이 프랑스 의학자들에 의해 25년 만에 재조명되면서 세계 의·과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주인공은 연세의대 명예교수 이원영(73·사진) 박사다. 1991년 6월 13일 원인불명열(Q열)을 일으키는 병원체 ‘콕시엘라버네티(Coxiellaburnetii)’가 림프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학계에 처음 보고해 센세이션을 일으킨 미생물학자다. 당시는 호흡기를 통해 사람에게 침투, Q열을 일으키는 것으로만 알려진 콕시엘라버네티가 림프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생각하지도 못할 때였다.

그래서인지 국내외 의학계는 이 박사의 주장을 ‘모르쇠’로 일관했다. 의사가 아니라서 의사 중심의 의학계 텃세를 극복할 수 없었던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 정도였다.

결국 혈액학 분야 최고 권위지 ‘불러드(Blood)’도 그의 논문 게재를 거절했다. 이 박사는 어쩔 수 없이 연세의대가 발행하는 영문판 학술지 연세메디컬저널(YMJ) 1993년 11월호에 논문을 싣는 데 만족해야 했다.

그리고 25년이 지난 1월 블러드지는 프랑스 마르세유 대학의 라울(Roault) 박사팀이 제출한 같은 취지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이 박사가 1991년 처음 제기한 콕시엘라버네티의 림프종 유발설이 25년이 지난 뒤에야 빛을 본 것이다.

라울 박사는 이 논문에서 1993년 YMJ에 실린 이 교수의 논문을 인용하고 “콕시엘라버네티균에 감염되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림프종에 걸릴 위험이 25배나 높다”고 주장했다.

이 박사는 11일 “25년이라는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지금이라도 나의 연구 결과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라울 박사가 증명해준 셈”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