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靑春)’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활기차고 역동적인 모습이다. 그런데 세계 각지에서 청춘들의 이러한 이미지가 퇴조되고 있다. ‘N포세대’(전부 다 포기하는 세대)나 ‘흙수저’(태생 조건이 나빠 좌절하는 이들) ‘캥거루족’(부모에게 의존적인 젊은이) 등 국내에서 비치는 청년들의 자조적인 모습이 일본과 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기성세대에 비해 풍요로운 시대에서 자라났고, 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더 넓은 세상과 소통할 것 같은 젊은이들이 오히려 세상과 점점 더 거리를 두고 있다고 외신들이 잇달아 보도하고 있다. 남들 다 한다는 SNS의 세계를 조용히 등지고 단절을 선택하는 것은 물론 연애와 친구 등 가까운 인간관계까지 피로감을 호소하며 혼자만의 생활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월(Wall)족’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반면 예전 같았으면 벌써 독립했을 나이에도 부모에 의존하며 독립을 기피하는 모습들도 자주 보인다.
청춘들, 세상에 등 돌리기 시작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SNS를 들여다보면 나만 빼고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것 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가끔은 예기치 않게 직장 상사나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한테 SNS에 올린 내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는 당혹스러운 순간도 있다. 이런 피로감 탓에 한때 SNS에 과감히 ‘굿바이’를 외치는 젊은이들이 한국은 물론 미국 영국 등에도 늘고 있다. 여행 가서 당연히 올려야 할 ‘인증샷’ 대신 여행 중 디지털 기기와 단절해 지내는 ‘탈(脫)디지털’ 여행상품도 나오고 있다.
그런가 하면 한국과 일본에서 사회적 이슈가 됐던 ‘혼밥족’(혼자 밥 먹는 사람들)이 이제 미국 등 영미권에까지 퍼지면서 세계적 추세가 되고 있다. 미국의 예약 사이트 오픈테이블에 따르면 지난해 미 전역에서 혼자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가는 사람들 비율은 2년 전에 비해 62%나 증가했다.
친구보다 엄마! ‘자립을 포기합니다’
지친 청년들은 역설적으로 부모의 품으로 회귀하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고민 상담부터 쇼핑, 여행 등 이전에 친구나 연인과 함께하던 것들을 이제는 부모와 함께하는 젊은이들이 늘면서 ‘부모러브족’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기무라 하루오 일본 베넷세교육종합연구소장은 “이제 일본에서 부모는 극복해야 할 존재가 아니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젊은이들의 부모 의존 성향은 도드라진다. 미국에서 18∼34세는 그 어떤 연령대보다 높은 인구를 자랑하지만 정작 자가(自家) 소유 비율은 가장 형편없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살인적인 집값 때문에 신음하는 것은 유럽도 마찬가지다. 높은 실업률 탓에 아예 청년의 절반은 부모와 함께 산다. 최근 저금리에 저유가 행진이 이어져도 이들은 주택이나 자동차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운전면허증을 따려는 청년세대 비율도 감소 추세다. 지나치게 높은 현실의 장벽 앞에 자립(自立)의 꿈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준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세대가 활력을 가지려면 더 많은 기회가 주어져야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 및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어 쉽지 않다”며 “해외에서 나타나는 청년세대의 변화도 결국 그 시대를 살아갈 청년들이 현실을 버텨내기 위해 삶의 형태를 바꿔나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관련기사 보기]
[지구촌 ‘나홀로 청춘’ 확산] 세상에 지쳐… 담쌓는 ‘월族’
입력 2016-02-19 21:25 수정 2016-02-21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