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일본에서 ‘외국인주민기본법 제정을 요구하는 전국기독교연락협의회(외기협)’ 명의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당국간 합의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성명서가 나왔다. 성명서는 이번 합의에 대해 “한·미·일 3개국에 의한 동아시아 안전보장체제 강화를 주목적으로 한 정치 결탁에 불과하다”며 즉각 철회 및 교섭 재개를 요구했다.
재일대한기독교회(KCCJ) 총간사 김병호(사진) 목사는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 성명서는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진솔한 사죄와 배상 없이 한국과 일본 양국이 사이좋게 지내는 건 불가능하다는 공감대를 담은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내에서 한국인에 대한 ‘헤이트 스피치(차별선동)’가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 및 배상 등을 요구하는 이 같은 성명서가 나온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성명서가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엔 외기협과 더불어 1980년대부터 일본의 외국인 차별에 반대하며 ‘외국인 등록법 개정 운동’을 함께해 온 KCCJ가 있었다. 1908년 일본 유학생들이 모인 동경교회에서 출발한 KC CJ는 100년 넘게 재일 한국인의 삶과 신앙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30년 전만 해도 일본 외국인의 90%가 한국인이었는데 지금은 중국, 브라질 등 다른 국가 출신이 늘어 그 비율이 40% 정도로 줄었다”며 “그간의 노하우를 토대로 다른 외국인을 돕기 위한 마이너리티 선교센터를 내년 4월쯤 발족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KCCJ는 1945년 광복 이후 재일한국인에 대한 차별 철폐 운동을 펼치면서 일본교회는 물론 세계교회와 연대해왔다. 그는 “연대를 통한 가교 역할이 우리에게 맡겨진 선교적 사명이라 생각한다”며 “복음 전파도 중요하지만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의 뜻을 이 땅에서 보여주는 것 또한 귀중한 사명”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이명박 정부 이후 일본에선 혐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며 “양심적인 소수의 일본인을 제외한 나머지는 혐한 시위에 대해 침묵하면서 내심 한국인에 대한 우월감에 젖은 채 희열을 느끼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30일에도 한국인이 많이 사는 가와사키시에서 혐한시위가 열려 이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교인이 함께 반대 시위를 벌였다.
김 목사는 한국을 방문한 동안,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과 한국기독교장로회 등 5개 교단의 일본 선교 관련자들과 만나 일본 선교사 파송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그는 “한·일 관계가 너무 악화됐고, 한·일 교회 간 문화적 차이도 커서 선교사들이 활동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한국교회의 지원과 기도를 당부했다.
글=김나래 기자,
사진=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제공
[인터뷰] 재일대한기독교회 총간사 김병호 목사 “日 혐한 분위기 최고조… 선교 활동에도 제약 커져”
입력 2016-02-11 2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