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과 보수의 표심을 잡아라.’
미국 대선 경선 레이스가 중요한 분수령으로 달려가고 있다. 이달 20∼27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와 네바다에서 치러질 경선이 ‘슈퍼 화요일(3월 1일)’을 앞두고 또 하나의 승부처로 떠올랐다. 승자가 서로 엇갈린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대선풍향계’ 노릇을 제대로 못하면서 슈퍼 화요일 이전에 다가오는 이들 두 지역의 선거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 중 각각 50명(공화)과 59명(민주)의 대의원이 걸린 사우스캐롤라이나가 향후 레이스의 향배를 가늠할 바로미터다. 민주당은 흑인의 표심이, 공화당은 보수의 선택이 판세를 좌우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민주는 흑인들의 민심이 관건=NBC방송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여론조사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64%의 지지율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27%)을 큰 차이로 따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클린턴 전 장관 측은 오래전부터 이 지역에서 흑인과 히스패닉 지지자들을 규합하는 데 공을 들였다. 토드 러더퍼드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하원의원이 10일 클린턴 지지를 선언하는 등 당내 유력 인사들은 클린턴 후보에 쏠려있는 분위기다.
반면 샌더스 의원은 흑인민권운동단체 인사들을 접촉하며 밑바닥 흑인 민심을 파고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샌더스 의원은 이날 뉴욕의 할렘을 찾아 저명한 흑인 목사 알 샤프턴과 식사를 같이했다. 이 자리에는 가장 큰 흑인인권단체인 NAACP(흑인지위향상협회)의 벤저민 질러스 전 회장이 함께했다. 샤프턴 목사는 샌더스 의원에 대한 지지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질러스 전 NAACP 회장은 “인종 차별 철폐를 위해 싸울 진정한 후보는 샌더스뿐”이라며 지지를 선언했다.
◇공화는 보수파들의 선택이 좌우=1980년 이후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승리한 후보는 단 한 번을 제외하고 모두 공화당 대선후보 자리를 거머쥐었다. 한 번의 예외는 미 하원의장을 지낸 ‘보수의 아이콘’ 깅리치 후보가 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제치고 이곳에서 이겼다. 한마디로 사우스캐롤라이나는 ‘공화당의 영혼’을 자처할 만큼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이다. 특히 이 지역은 앞선 아이오와 코커스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와 달리 승자독식제(1위 득표자가 주 대의원을 모두 차지하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어 단숨에 선두가 바뀔 수도 있다.
최근 NBC 여론조사로는 트럼프가 36%로 1위를 차지하며 2위 크루즈(20%)를 여유 있게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역대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유권자들은 보수 성향이 강하거나 공화당의 정체성에 맞는 후보를 선택해 왔다는 점에서 트럼프와 크루즈가 고전할 것이라는 예상도 만만치 않다. 3∼5위 후보들이 희망을 갖는 근거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보수의 가치를 신뢰하지 않는 사람이 지금 공화당을 납치하고 있다”며 트럼프 경계 심리를 자극했다.
반면 트럼프는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승리를 확신한 탓인지 이번 주에는 루이지애나와 플로리다 유세에 치중하기로 했다.
한편 트럼프는 미 CBS 토크쇼에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 중국을 압박해 어떤 형태로든 김정은을 사라지게 하도록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암살’을 의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구체적 언급을 꺼린 채 “솔직히 (암살보다) 더 나쁜 것들도 들어봤다”고 답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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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2-11 2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