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가 대결국면으로 치달을 때마다 개성공단은 우리 정부와 북한의 ‘볼모’ 처지로 전락했다. 우리 정부는 2010년 천안함 사태 직후 개성공단 신규투자를 제한(5·24조치)했었다. 북한은 2013년 3차 핵실험 당시 개성공단의 북한 근로자를 모두 철수시켰다.
손실은 입주기업이 고스란히 떠안았다. 일부 기업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모두 졌다. 고도의 정치·군사적 판단에 따라 발생한 손실이고, 이에 대한 책임을 정부에 물을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
㈜겨레사랑은 2007년부터 개성공단에 부동산개발 사업을 추진했지만 5·24조치로 사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됐다. 이 회사는 8억여원의 손실금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입주기업의 경영활동이 일관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할 정부가 신뢰를 저버렸다고 주장했다.
1·2심 재판부는 정부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5·24조치는 국가안보를 위해 행한 고도의 정치적 판단에 따른 행정적 행위라 판단될 뿐, 정부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위법한 공무집행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정치·군사적 위기 상황에서 국가안보를 최우선으로 한 정책 판단이 이뤄질 수밖에 없었음을 강조한 것이다. 판결은 지난해 6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평양에서 북한 업체와 합작해 방직공장을 준공한 A업체, 의류 임가공업을 하려던 B업체도 각각 2008년 금강산 한국인 관광객 사망사건과 5·24조치로 사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되자 소송을 냈지만 비슷한 이유로 패소했다. 이 때문에 입주기업은 경제협력사업 보험과 정부 지원책에 기댈 수밖에 없다.
개성공단기업협회 김익겸 과장은 11일 “그동안 발생한 감가상각으로 보상한도가 투자금 90%에서 60% 수준으로 낮아졌다. 최대한 손실을 줄이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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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2-12 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