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 김정환 역으로 스타덤 오른 배우 류준열

입력 2016-02-11 22:10
배우 류준열이 11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류준열은 “‘응답하라 1988’은 소중한 경험이었고, 인기는 잠깐이니까 침착하려고 한다. 앞으로도 좋은 분들과 행복하게 작품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요즘 핫한 ‘못매남’(못생겨도 매력 있는 남자)을 꼽으라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배우 류준열(30)이다. ‘응답하라 1988’(응팔) 김정환 역으로 ‘잘생김을 연기하는 배우’가 됐다. 엄마로 출연했던 배우 라미란이 “못생긴 남자한테 빠지면 약도 없다는데, 많은 분들이 지금 (류준열에게 빠져) 그런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외모를 뛰어넘어 사랑받고 있는 류준열을 11일 서울 중구 플라자 호텔에서 만났다.

응팔 전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단출하다. 장편영화는 ‘소셜포비아’(2014)가 전부다. ‘미드나잇썬’ ‘동心’(이상 2014) 등 어지간한 영화 팬이 아니고는 알기 힘든 독립영화에서 활약하던 생짜 신인이었다. 그런 그가 어떻게 정환 역을 맡게 됐을까.

“영화 소셜포비아를 본 신원호 PD가 ‘양게 데려와’라고 하셔서 불려갔어요. 처음에 갈 땐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오디션을 3차까지 봤는데 2차부터 떨리더라고요. ‘내가 정말 응팔에 출연할 수도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3차에는 너무 떨어서 초주검 상태로 오디션을 봤어요.”

그는 지난해 3월 개봉한 소셜포비아에서 BJ(인터넷 방송 진행자) 양게 역을 소화했다. 정환이와 다르게 시끄럽고 촐랑대는 캐릭터다. 류준열이 처음부터 정환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배역을 정해놓고 본 오디션이 아니었다. 신 PD 주문에 따라 정환, 동룡, 택이 등의 대사로 연기를 한 뒤 정환으로 낙점됐다.

“3차 오디션에서 ‘함께하자’고 말한 신 PD님에게 ‘감사합니다’라고 100번은 인사를 한 것 같아요. PD님이 ‘안 되더라도 책임은 내가 진다’고 하시는데 정말 멋져 보였어요.”

정환이가 되기 위해 살부터 찌웠다. 평소 마른 근육의 몸이었던 그는 살이 잘 안 찌는 체질이란다. 하지만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무려 10㎏을 찌웠다.

“제가 서른인데 고등학생을 연기해야 했어요. 멋있어 보이기보다 고등학생처럼 보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고등학생이면 보통 게임하는 것 좋아하고 공부해야 하니까 앉아서 지내는 시간이 많잖아요. 마른 근육이 보이는 몸보다 살을 찌워서 평범한 고등학생의 몸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정환이가 덕선이의 남편이 아니라는 사실은 농담을 가장한 고백신에서 알아챘다. 정환이 다운 이별이었다고 했다. “정환이는 아쉬웠겠지만 류준열은 아쉽지 않았어요.”

못매남이라는 수식어에 대해선 겸손을 내비쳤다. “잘생겼다는 말은 정환이를 두고 얘기하시는 것 같아요. 제 외모는 달라질 게 아니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럴 시간 아껴서 책이라도 더 보고 마음을 더 곱게 쓰는 게 낫지 않을까 해요.”

응팔 이후 어떻게 달라졌을까. “작품을 하면서 책임감을 더 갖게 된 것 같아요. 주변에서 변했다는 이야기를 하시기도 하는데 ‘변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주변 사람들의 태도가 바뀌었고…. 저도 좀 더 조심스럽게 행동하려 합니다.”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