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싹쓸이 쇼핑, 이번엔 日 의약품

입력 2016-02-11 22:00
지난달 일본 오키나와를 여행한 장샤오씨는 안약과 비염 스프레이, 진통제 등을 잔뜩 사왔다. 그는 “나보다 훨씬 많이 약을 사는 중국 사람을 많이 봤다”면서 “애들 약은 안 샀는데 왜냐하면 이미 온라인을 통해 미국 약을 많이 사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일본을 찾는 중국 여행객의 필수 구매 아이템으로 감기약이나 해열진통제 같은 일반의약품(OTC)이 떠오르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1일 보도했다. 지난해 중국에서는 일본을 여행하는 중국인들의 ‘변기 뚜껑(馬桶蓋·비데)’ 싹쓸이 쇼핑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중국인들은 이미 온라인을 통한 각종 건강보조식품과 특정 약품의 해외 구매에 적극적이었다. 중간 도매상들은 해외 의약품을 불법으로 들여와 팔기도 한다. 중국인들이 의약품 구매에 열을 올리는 것은 중국 제품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장샤오씨는 “중국 약품에는 문제가 많다”면서 “어떤 약에는 지나치게 항생제가 들어간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은 위생 점검을 강화해 기준 미달 공장을 폐쇄하고 가짜 약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국민의 불신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중국인이 몰려들면서 일본 일반의약품 시장은 모처럼 호황이다. 일본제약협회 류타 후지 부회장은 “일반의약품 시장은 오랫동안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었지만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110% 성장했다”고 말했다.

쏟아지는 중국 관광객을 향한 대대적인 마케팅도 한창이다. 일본 어디에서든 중국어로 된 의약품 광고를 쉽게 볼 수 있고 상점들은 중국어가 가능한 점원을 고용하고 있다. 일본제약협회는 이미 지난해 홈페이지에 26개 회원사들이 만든 제품의 중국어 설명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중국인은 500만명가량으로 전년 대비 2배로 늘었다. 소비액만 1조4000억엔(약 14조8000억원)에 이른다.

중국에서는 외국 제품 선호 현상에 대해 ‘국가에 대한 배신’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허베이성 정협위원이자 런푸의약그룹 회장인 왕쉐하이는 최근 “국민이 일본에 가서 간단한 감기약을 사오게 만든다는 것은 대단한 수치”라고 말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