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는 관계 그만” SNS 탈퇴했더니 일상이 새로워졌다… SNS 끊는 젊은이들
입력 2016-02-19 19:02 수정 2016-02-21 20:12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 하나쯤 갖고 있기 마련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에 자신의 일상을 담은 글과 사진을 올리고 이를 매개로 다른 사용자들과 소통한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의 지난해 11월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내 성인의 SNS 이용률은 65%로 2005년의 7%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SNS의 지나친 개방성과 깊이가 결여된 ‘온라인 관계’에 피로감을 느낀 젊은이들이 SNS를 거부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의 반항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2000년대 초에 태어난 세대로 청소년기부터 인터넷을 접해 모바일기기와 SNS 이용에 능숙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밀레니얼 세대들이 잘 때도 스마트폰을 들고 잘 정도로 ‘비밀 없는’ 기술, 즉 SNS에 심각하게 의존하고 있지만 반대로 SNS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젊은이도 많다”면서 ‘트렌드에 저항하는’ 미국 젊은이들을 소개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셀란 보졸레일(31·여)은 몇 년간 페이스북을 즐겨 이용해 왔지만 두 달 전 돌연 계정을 정지했다. 페이스북으로 맺어진 인간관계에 회의를 느껴서다. 보졸레일은 “내가 실제로는 알지 못하는 사람의 구체적인 모습들까지 들여다보게 되는 것에 피곤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사회단체에서 일하는 메릴랜드주의 제이슨 마티아스(26)는 사용하던 페이스북과 트위터 계정을 3년 전 모두 삭제했다. 스스로 ‘중독됐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어느 날 문득 ‘SNS에 쏟는 시간을 다른 일에 사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계정을 모두 없애자 ‘내가 언제 그것들을 사용했었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빨리 벗어났다”고 말했다. 마티아스는 SNS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에 대해서도 동의한다. 그가 첫 여자친구를 SNS를 통해서 만났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는 요즘 SNS를 뒤적거리는 대신 책이나 신문 기사를 읽고 여가를 즐기며 ‘진짜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대학을 졸업하고 구직활동을 시작한 플로리다주의 로렌 라스코스카스(22·여)는 2013년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한 데 이어 지난해 트위터 계정도 없앴다. 라스코스카스는 스스로를 ‘사적인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내가 뭘 하는지 모두가 알고 있다는 게 끔찍했다”면서 “심지어 애인과 헤어졌을 때도 ‘프로필 사진과 상태 메시지를 바꿔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자 짜증이 밀려왔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젊은이들도 마찬가지다. 대기업 직원인 이현수(30)씨는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 서비스가 생기면서 회사 팀장의 지시가 ‘시도 때도 없이’ 날아오고, 팀장이 페이스북 친구신청을 할 때는 거절하기도 난감하다”면서 “서로의 사생활에 대한 배려나 예의에 대한 고민 없이 기술만 도입된 우울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우리나라 문화에서는 SNS 속 ‘비교’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도 적지 않다. 대학생 정지윤(25·여)씨는 “SNS에선 나만 빼고 다 행복하고 풍족한 것처럼 보인다”면서 “알게 모르게 그것이 스트레스가 돼 SNS를 탈퇴했더니 우울감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본에서는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디지털 단절 및 해독)’ 서비스까지 생겨났다. 단 며칠이라도 디지털기기에서 벗어나자는 취지다. 이유 없이 SNS를 들여다보는 대신 산책을 하거나 오프라인에서 타인과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일본 내 유명 리조트인 호시노리조트 등이 판매하며 비용은 숙박비를 제외하고 2만∼8만엔(20만∼80만원)까지 다양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숙박시설이 휴대전화 불통지역에 있다는 점이 오히려 고객 유치의 경쟁력이 됐다”고 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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