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할랄사업’을 추진하려다 반대 여론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전북 익산시에 이어 대구시의 할랄사업도 무산되면서 전국 지자체들이 여론 수렴 과정 없이 앞다퉈 추진중인 할랄사업들에 대해 전면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구시는 올해부터 대구 중·동·달서구, 경북 군위·칠곡군, 대구테크노파크와 함께 추진하려던 ‘한국형 할랄 6차산업 육성사업’을 철회한다고 11일 밝혔다.
아랍어로 ‘허용된 것’이라는 뜻의 할랄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축하고 생산한 무슬림들이 먹고 쓸 수 있는 모든 식품과 제품을 의미한다. 시장 규모가 수조원대에 이른다고 알려지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무턱대고 할랄사업에 나서고 있다.
대구시도 지난 4일 정부의 ‘2016년 지역 행복 생활권 선도 사업’에 할랄사업이 선정됐다. 이에 3년(2016∼2018) 동안 국비 16억원 정도를 지원 받아 무슬림 관광객 유치, 할랄인증을 통한 할랄제품 수출 활성화 등 할랄사업을 추진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시민들은 “무슬림 대거 유입으로 테러 위험 등이 증가한다”며 반발했다. 최근 IS(이슬람국가) 테러 등 이슬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영향을 미친 것이다.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2만3000여건의 반대 서명이 올라왔다. 대구시 홈페이지에도 비난 댓글 수백개가 달렸고,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여기에 이동희 대구시의회의장까지 나서 이 사업의 원점 재검토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시민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많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갈등 관리비용이 크고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사업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결국 대구시는 주민의견 수렴 등 충분한 검토 없이 성급하게 일을 추진해 성과 없이 비난만 쏟아지는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앞서 익산시에서도 일어났다. 정부가 익산에 조성하는 국가식품클러스터 내에 할랄식품단지가 들어선다는 소문이 나면서 기독교계·시민단체 등의 거센 발발이 있었고, 결국 농림축산식품부가 국가식품클러스터 안에 할랄단지를 만들지 않는다는 해명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분위기는 할랄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다른 지자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강원도는 평창 동계 올림픽을 대비해 할랄타운을 조성할 계획이고, 충남도도 할랄식품 수출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경남도는 2019년까지 할랄인증 기업 200개를 만들기로 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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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만 본 할랄사업… “앗 뜨거”
입력 2016-02-11 2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