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연간 새롭게 제작되는 소극장 창작뮤지컬은 연간 수십 편에 이른다. 너도나도 10년 넘게 공연되고 있는 스테디셀러 ‘빨래’와 ‘김종욱 찾기’를 목표로 삼고 있지만, 막상 그 꿈을 이룬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런데 지난해 초연에 이어 올해 앙코르 공연 중인 ‘난쟁이들’(1월 26일∼4월 10일 대학로 TOM 1관)이 작품성과 화제성에서 인기를 끌며 벌써부터 스테디셀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초연 당시 2개월간 1만8000여 관객을 동원하고 평균 객석 점유율 92%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난쟁이들’은 동화 ‘백설공주’ ‘신데렐라’ ‘인어공주’를 기발하게 패러디했다. 공주와의 결혼으로 신분 상승을 꿈꾸는 난쟁이들, 쾌락을 좇는 백설공주, 근육질의 여장 남자 신데렐라, 청승이 극에 달한 인어공주 등을 통해 현 세태를 노골적으로 풍자한다. 외설스런 농담으로 가득 찬 B급 코미디로 국내 뮤지컬계에선 전무후무한 작품이다.
이토록 재기발랄하고 발칙한 뮤지컬을 만든 이는 작가 이지현(34)-작곡가 황미나(31) 콤비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전문사 동기로 프로 데뷔작이었던 이 작품 한 편으로 뮤지컬계 기대주로 떠올랐다. 지난 5일 서울 대학로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둘은 우선 “‘난쟁이들’이 이렇게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뮤지컬 코미디 장르에 대해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원래는 이지현-황미나가 전문사 졸업 작품으로 만든 것이다. 2013년 학교에서 처음 선보인 뒤 같은 해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충무아트홀이 창작뮤지컬 개발을 위해 기획한 ‘뮤지컬 하우스 블랙 앤 블루’에서 업그레이드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PMC프로덕션이 제작사로 나서 지난해 본 공연까지 빠르게 제작이 이뤄졌다.
이지현은 “학교를 다닐 땐 늘 무겁고 진지한 소재를 다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그런데 관객들이 지루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졸업 작품으로는 엄숙주의를 내려놓고 재밌는 코미디를 한번 써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난쟁이들’은 15세 미만 관람 불가다. 19금(禁) 수준의 질펀한 표현이 더 많았지만 무대화 과정에서 다소 수위를 낮췄다. 이지현은 “솔직히 작품 속 성적 코드가 그리 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해외에서도 이런 수준의 작품은 많지만 한국에서는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더 주목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야기 못지않게 작곡가 황미나의 음악도 귀에 착착 감기는 매력이 있다. 특히 극 중 왕자들이 자신들의 신분을 자랑하며 부르는 ‘끼리끼리’를 비롯해 여러 노래는 듣는 순간 잊혀지지 않는 중독성이 있다. 황미나는 “대본 상황과 캐릭터를 살리는 방향으로 곡을 쓴 게 좋은 평가를 받게 됐다”고 했다.
이-황 콤비의 새로운 작품은 언제쯤 나올까. 지난해 여름 나란히 결혼하느라 한동안 쉬었던 두 사람은 올해 다시 신작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인터뷰] ‘난쟁이들’ 만든 작가 이지현·작곡가 황미나 “코미디 장르, 인식 바뀐 것 같아 뿌듯”
입력 2016-02-11 22:02 수정 2016-02-11 2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