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와 축제 사이] <7> 카니발의 계절

입력 2016-02-11 17:28
카니발용 가면. 필자 제공

카니발의 계절이 돌아왔다. 프랑스 남부의 휴양지인 니스에서는 13일부터 5층 건물 높이의 거대한 조형물이 등장하는 카니발 퍼레이드가 시작된다. 브라질 리우 카니발도 지난 주말 시작된 삼바학교의 경합에 이어 내일 드디어 최종 챔피언십이 펼쳐진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카니발은 우리의 설 연휴 동안 화려한 막을 내렸다. 한국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프랑스 북부의 항구도시인 덩케르크에서도 3월 초까지 성대한 카니발이 진행된다.

원래 카니발(Carnival)은 ‘carne vale’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로 ‘고기 안녕’이라는 의미다. 요약하자면 기독교에서 부활절 직전의 40일 동안 예수님의 고난을 다 함께 기억하기 위해 고기를 먹지 않으면서 절제하는 의식(사순절)이 있는데, 이 금식기간이 시작되기 전에 서로를 위로하며 즐기던 풍습이 오늘날 금식의 의미는 사라지고 화려하게 먹고 노는 축제의 형태만 남은 것이다.

고기를 먹지 않기 위해 고기를 미리 엄청나게 먹어두는 기간이랄까. 때문에 들려오는 우스갯소리도 많다. 현대의 카니발은 너무 인기가 높다보니 1년 중 육류판매가 가장 높은 기간이라거나 입에 올리기 민망한 사건사고도 카니발 기간에 집중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카니발 현장에 가보면 거리에서 질서유지를 도와야 하는 경찰관조차 대낮부터 펍에서 술을 마시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요즘 해외여행이 빈번해지면서 각국의 축제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2월은 기독교 문화가 잘 전파된 유럽과 아프리카 문화까지 녹아든 남미지역이 카니발 여행하기에 제격이다.

비록 테러나 지카바이러스 때문에 직격탄을 맞고 있긴 하지만, 카니발의 도시들은 더욱 화려한 몸짓으로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겨울여행자라면 카니발의 계절을 놓치지 말자.

유경숙(세계축제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