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북한이 쏘아 올린 장거리 미사일로 인해 한국정부는 진퇴양난의 위기에 처했다. 핵실험부터 미사일 발사까지 북한의 김정은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았다. 중국의 시진핑도, 미국의 오바마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의 대결국면과 그 사이에서 외교적 줄다리기를 해야 하는 한국의 입장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그 틈새를 파고들어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민심을 단결시키려 하고 있다. 종국에는 핵보유국으로서 미국과의 협상을 이끌어 내려는 심사인 듯하다.
현재 상황으로 본다면 김정은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갈까 걱정이 앞선다. 남한은 그동안 중국의 눈치를 보며 미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요구를 계속 미뤄왔다.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됐다. 한국의 사드 배치가 현실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에 대해 중국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전개를 보면서 누가 가장 즐거워할까. 북한이다. 김정은이 지혜로운 지도자는 아니지만 교활한 지도자인 것만은 확실하다. 교활한 자는 정의나 대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짓도 서슴지 않고 저지른다.
정부가 10일 발표한 개성공단 철수는 더 강화된 경제 제재 조치의 시작이다.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것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북쪽 백성들의 몫이다. 우리 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교활함이 아닌 지혜로 맞서야 한다. 한반도와 세계 평화, 통일이라는 큰 원칙 안에서 인내심을 갖고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한다.
페르시아의 유대인 출신 왕비였던 에스더는 교활한 하만의 술수로 인해 유대민족이 몰살당할 위기에 처하자 “죽으면 죽으리라”는 믿음으로 자신을 희생하고자 했다. 이때 하만의 술수는 만천하에 드러났고 유대인들을 죽이려고 파놓은 함정에 스스로 빠져 처참하게 죽는다. 에스더와 유대민족은 더욱 흥했다. 우리는 에스더의 자기희생적 결단과 믿음을 지혜라고 부른다. 에스더는 자신이 왕비가 된 것이 민족을 살리기 위한 하나님의 계획임을 알고 백성을 구원하기 위해 죽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때 어느 누구도 가질 수 없었던 지혜로 에스더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지금 우리에게는 이런 지도자들이 필요하다. 사리사욕에 사로잡혀서 국가와 민족, 국민들의 안위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당리당략과 정권 창출에만 눈이 어두워 교활한 꾀만 부리는 지도자들로 넘쳐난다면 이 나라 그 어디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은 국가가 먼저다. 백성들의 안위를 먼저 챙겨야 할 때다. 나라가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도 편 가르기와 권력쟁취에만 혈안이 돼 있다면 북쪽의 교활한 지도자와 다를 것이 무엇인가. 지금 우리에게는 에스더와 같이 하나님을 두려워 할 줄 알고 시대적 사명을 깨닫고 자기를 희생해서라도 나라를 살리는, 민족을 살릴 마음이 있는 지혜로운 지도자가 필요하다.
올해는 총선이 있다. 총선 후에는 대선도 준비해야 한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정치·외교·경제적으로 불안한 시대를 살고 있다. 이 위기의 시대에 이 나라와 민족을 살리고 부흥케 할 지도자가 필요하다. 그런 지도자를 위해 지금부터 기도해야 한다. 이것이 교회의 중요한 사명이다.
이창교 목사(창원 상남교회)
[시온의 소리-이창교] 지혜로운 지도자를 바라며
입력 2016-02-11 2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