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채수일] 군비와 평화

입력 2016-02-11 17:42

4차 핵실험에 이어 지난 7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있었습니다. 우리 정부는 이에 즉각 대응, 다음 달에 진행되는 키 리졸브 및 독수리 연습을 사상 최대 규모로 실시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이 훈련에는 미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 전단이 참가하는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국방부는 발표했습니다. 다음 주에는 미국의 최신예 버지니아급 공격용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 한국에 올 것으로 전해졌고, 이른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가 내년에 배치되는 것을 목표로 협상이 빠르게 진행된다고 합니다.

사드는 그 비용도 문제지만(사드 1개 포대 획득비용은 예비 요격용까지 포함하면 1조5000억원 정도라고 합니다) 그 효율성도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고, 사드 레이더 가용 범위에 중국 내륙이 포함되기 때문에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적극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면서까지 도입하는 것이 과연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따져볼 일입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남한의 이런 대응은 있어 왔고, 북한도 이에 대응하는 수위를 높였고, 크고 작은 군사적 충돌도 있었지만 전쟁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아서 그런지 사재기도 없는 것으로 보아 이것도 곧 지나가겠거니 생각하게 됩니다. 다만 이런 갈등과 긴장 사이에서 미국의 군수산업은 언제나 이익을 얻고, 군사적 대결은 결국 그 누구도 아닌 우리 민족 자신의 멸망을 초래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을 텐데 왜 우리는 국익과 실리를 챙기지 못하고 계속 이렇게 이념과 강대국의 이해에 이리 저리 흔들리는 것인지 서글프기만 합니다.

긴장이 고조되면 언제나 등장하는 것이 군비확장 논리입니다. 2014년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 무기 수입국이었습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발간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14년 78억 달러(약 9조1300억원) 규모의 무기구매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세계에서 무기 구입에 가장 많은 돈을 쓴 나라가 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무기 수입액 78억 달러 중 70억 달러 이상이 미국산 구입에 사용되었습니다. 무기 수출국 세계 1위인 미국은 2014년 362억 달러어치를 수출했는데, 미국 무기 수출 시장의 거의 20%를 이 작은 나라인 한국이 담당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진행 중이지만 누리과정(보육비) 예산이 없어서 자녀를 가진 부모들의 가슴을 애타게 하고 있습니다. 누리과정 총 소요 예산이 4조225억원이라는데, 이는 2014년 무기 도입비(9조1300억원)의 절반도 안 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3∼5세의 영유아들이 평등하게 교육과 보육을 받을 수 있도록 월 20만원씩 지원하는 누리과정이 한 해 무기 구입비의 절반만 아껴도 시행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물론 국가안보가 위협받으면 미래세대의 안전도 보장받을 수 없겠지요. 그러나 남북 사이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 될수록 군비 확장은 정당화되고, 미국의 군수산업은 호황을 이루고, 우리는 우리가 내는 세금을 보육과 교육, 사회복지 등 미래를 위해 투자하지 못하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입니다.

그러나 끝없는 군비 확장과 무기 수입이 안보를 지켜주는 것이 아닙니다. 정치와 외교를 통해 긴장을 해소하고, 남북 교류를 더 활성화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등 적극적인 방법으로 군비를 축소하는 것이 진정한 안보를 보장하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역사는 주변 강대국들의 우상을 섬기고, 그들에게 군사적으로 의존적인 외교정책을 하면서 백성을 억압했던 지도자들 때문에 파멸했다는 것을 증언합니다. 참된 평화는 무기가 지키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백성이 지키는 것입니다.

채수일(경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