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개성공단 재가동 조건으로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 해소’를 꼽았다. 사실상 북한의 비핵화 내지는 이에 준하는 성과가 있을 경우에만 재가동한다는 방침이다. 사실상 영구폐쇄도 고려한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0일 “지금은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를 거론할 때가 아니다”라면서도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한 우리와 국제사회의 우려를 해소하고, 개성공단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비핵화가 전제조건인지에 대한 질문에도 “북한의 조치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정부 방침은 북핵과 같은 안보 위협에 대해 경제적 대가를 제공해 무력화하는 ‘바이아웃(buy out)’ 정책기조의 변화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발표한 성명에서도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들어간 자금이 핵무기 개발용으로 전용됐을 것이란 우려까지 드러냈다. 사실상 핵 폐기, 혹은 그에 준하는 협상들이 이뤄지지 않고선 공단을 재가동하지 않을 것임을 밝힌 셈이다.
문제는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데 있다. 북한은 과거부터 핵무기는 미국과 협상할 내용일 뿐 남한과 관련이 없다고 강변해 왔다. 4차 핵실험 등을 계기로 ‘핵보유국’임을 강변하면서 ‘핵 감축’ 협상에는 참여하겠지만 북한만을 타깃으로 한 ‘비핵화’ 협상에는 응하지 않을 뜻을 분명히 해왔다.
따라서 북한이 최소한 6자회담 등을 통해 괄목할 만한 태도 변화를 내비치지 않는 이상 개성공단 재가동은 요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사실상 현 정부 내에서 개성공단 운영 재개는 물론 남북관계 개선도 물 건너갔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다른 남북경협 사업이나 민간교류 등에 대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될 여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홍 장관은 이날 서울 삼청동 회담본부에서 유관부서 차관 등과 함께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단을 만나 정부의 이 같은 뜻을 전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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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의 비핵화 조치 ‘상식적 수준’ 돼야… 정부 개성공단 재가동 조건
입력 2016-02-10 21:08 수정 2016-02-11 0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