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가지수가 연 이틀 급락하는 등 설 연휴 기간에도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세계 경기가 침체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재닛 옐런 의장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밝혔다. 연휴를 마치고 11일 문을 여는 국내 증시는 북한 리스크까지 더해진 탓에 변동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금융·경제상황 점검회의를 잇따라 열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10일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장중 4% 넘게 떨어졌다가 2.31% 하락(1만5713.39)한 채로 마감했다. 닛케이지수는 9일에도 5.40% 폭락했다. 세계 경제 성장에 대한 의구심이 짙어진 것과 일본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가 악재로 작용했다. 초유의 깜짝 처방이 오히려 일본 경제가 처한 어려움을 부각시켜 주식을 팔고 안전자산으로 갈아타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한 것이다.
미국 증시도 8, 9일 연이어 약세를 보였다. 유럽 주요국 증시 역시 이틀 연속 급락하다 10일에는 상승세로 출발했다. 스위스 투자회사 프라임파트너스의 투자책임자 프랑수아 사바리는 “세계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경기 둔화와 디플레이션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옐런 의장은 10일 미 하원 통화정책 청문회 출석에 앞서 배포한 자료에서 “미국 경제가 수많은 글로벌 위협과 직면해 성장 경로가 이탈될 수 있고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이날 금융·경제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국제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선진국 금융시장 상황이 연휴 전보다 더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 것은 중국 불안과 유가 하락,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금융시장의 위험 회피 성향이 고조된 데 기인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정부와 협력해 안정화 조치를 취하는 등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도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했다. 회의를 주재한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은 연이은 북한의 도발로 인한 특이 동향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추가 도발 관련 불확실성이 실물과 금융시장 불안을 확대시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다른 대외리스크 요인과 맞물리면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세계 증시가 크게 불안한 모습을 보임에 따라 본격적으로 베어마켓(약세장)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4일 기준으로 46개 선진·신흥국 증시 중 7개 선진국과 9개 신흥국 증시가 베어마켓 영역으로 들어섰다. 국제금융센터 안남기 연구원은 “1990년 이후 5차례의 세계 증시 베어마켓 사례와 비교해본 결과 여건이 과거와 달라 아직까지는 ‘조정 장세’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3대 약세 요인(미국 기준금리 인상, 유가 하락, 중국 불안)이 더 악화될 경우 베어마켓으로 진입할 수 있기 때문에 경계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천지우 백상진 기자, 배병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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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연휴 글로벌 증시 꽁꽁… 北리스크 더해 국내도 한파
입력 2016-02-10 21:22 수정 2016-02-11 0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