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다음 카드는 ‘국지도발’

입력 2016-02-10 21:18
북한이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이어 대남 국지도발을 다음 카드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미 합동 ‘키리졸브’ 군사훈련과 독수리연습, 유엔 안보리 추가 대북제재 등을 빌미로 각종 군사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대 변수는 4월 15일 김일성 주석 생일과 5월로 예정된 제7차 노동당 대회가 될 전망이다. 내부 결속과 대외 무력시위를 위해 ‘축포’ 개념으로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연이은 도발로 남한 전체를 혼란에 빠뜨리고, 우리 국민의 안보 불안감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을 택할 것이란 얘기다.

가장 개연성이 높은 도발은 중·단거리 미사일 발사다. 북한은 지난해에도 3월 키리졸브 훈련 개시일에 동해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고, 끝나는 시점에도 동해로 중·단거리 미사일을 쐈다.

지난해 8월처럼 비무장지대(DMZ)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군사도발을 가해올 가능성이 높다. 북한 내각 기관지인 민주조선은 지난 5일 개인 필명의 글에서 “미국과 남조선 호전광들은 북침을 선동하는 호전적 폭언들을 늘어놓고 있다”며 “이 모든 사실은 제2의 8월 사태가 발발할 수 있음을 예고해 주고 있다”고 위협했다.

이미 북한은 연평도에서 4∼5㎞ 떨어진 갈도에 122㎜ 견인 방사포를 배치했으며, 아리도에는 감시 장비를 설치하는 등 추가 도발 준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 하루 만인 지난 8일 경비정을 NLL 남쪽 300m까지 내려 보내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최고조로 격화시켰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10일 “안보리 제재와 한·미 군사훈련이 시기적으로 겹치는 3월을 전후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나 DMZ 포격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사이버 공격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른 북한 전문가는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리기 힘들고, 최종적으로 북한 소행이라 증명하기가 까다로운 사이버 공격을 가해 남한 사회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북한이 강경 일변도의 대남 공세를 풀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정부는 모든 형태의 도발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은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북한이 국지적 도발, 후방 테러 등을 감행하거나 국제 테러단체와 연계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순진 합동참모본부 의장도 전군작전지휘관회의에서 “북한이 예상치 못한 시기와 장소, 수단, 방법으로 접경지역과 서북도서, 후방지역에서 전술적 도발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한편 북한 도발에 맞서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미 공동실무단이 이르면 다음 주, 늦어도 이달 중 가동된다”며 “사드 배치 후보지와 시기, 비용 등에 대한 협의가 진행된다”고 밝혔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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