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발사한 장거리 미사일 ‘광명성 4호’는 사실상 미국 본토까지 공격할 수 있는 사거리 1만2000㎞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에 근접한 것으로 분석됐다.
군 관계자는 10일 “광명성 4호가 2012년 12월 12일 발사된 ‘은하 3호’와 유사한 발사체를 사용했지만 엔진 추력은 상당히 개선됐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탑재체 중량이 배 늘었지만 당시와 마찬가지로 500㎞ 궤도에 안착시켰기 때문이다. 추진력이 그만큼 좋아진 것이다. 은하 3호 사거리를 당시 1만㎞로 봤던 군 당국은 이번에는 1만2000㎞로 추정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를 넘어 동부 해안까지 도달할 수 있는 거리다. 3년 사이 사거리가 2000㎞나 늘어난 것으로 기술적 진보가 있었다는 의미다.
광명성 4호는 지난 7일 오전 9시30분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미사일발사장에서 발사돼 2분 만에 장산곶 인근 상공, 동창리에서 300㎞ 떨어진 지점에서 1단 추진체가 분리됐다. 1단 추진체는 폭발돼 270여개 파편으로 제주도 남방 해역으로 떨어졌다. 1단 추진체에 자폭장치를 실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은하 3호는 1단 추진체 연료통이 통째로 떨어져 우리 군이 수거해 엔진 성능을 분석할 수 있었다. 당시에도 자폭장치가 있었지만 작동하지 않았다. 군은 1단 추진체 낙하 해역에서 1, 2단 추진체 연결부위로 추정되는 파편을 인양했으며 해저에서 추진체 일부로 보이는 물체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명성 4호는 오전 9시33분 위성 덮개인 페어링을 분리하고 36분 2단 추진체를 떨어뜨린 뒤 3단 추진체와 탑재체를 지상 500㎞ 임무궤도에 진입시켰다. 군은 북한이 동창리 발사대를 배나 높여 동체 길이가 늘어나고 추진 엔진도 강화된 미사일을 발사할 것으로 추정했다.
발사체에 탑재된 위성체 무게는 배로 늘었다. 임무궤도 진입 후 공중제비를 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지만 안정적으로 궤도를 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성기능 수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신호는 잡히지 않는다. 북한이 주장하듯 지구관측 위성 역할을 하려면 각종 장비를 장착해야 해 중량이 500㎏은 돼야 한다.
북한이 이번 발사체를 기존 ‘은하’ 대신 ‘광명성’이라고 명명한 것은 위성 시험발사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꼼수로 풀이된다. 하지만 군은 장거리 미사일과 위성발사 체계가 같고 군사용으로 주로 사용되는 적연질산(RFNA)을 연료로 사용한 점을 들어 ICBM 시험발사로 규정했다. 적연질산은 상온에서 장기간 보관이 가능해 미사일용으로 사용된다. 북한은 스커드와 노동미사일, 무수단 미사일 연료로 적연질산을 사용한다. 북한이 진일보한 기술을 과시했지만 ICBM에 필요한 재진입체 기술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위성과 달리 ICBM은 대기권에 재진입해 공격 목표물을 찾아가야 한다. 하지만 재진입 시 발사되는 고열을 이겨낼 만한 기술은 개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이 ICBM을 확보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9일(현지시간) “ICBM의 경우 실제 장거리 비행실험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배치단계에 들어갔고, 이는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고 했다. 또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했으며 수주에서 수개월 내에 플루토늄 추출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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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거리 1만2000㎞ ICBM에 근접… 美 본토까지 위협
입력 2016-02-10 20:59 수정 2016-02-11 0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