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바로 창업하면 대박 날 것 같은데 문제는 돈입니다. 은행 문턱은 높고 정부 지원을 받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럴 때 문을 두드릴 수 있는 곳이 크라우드펀딩입니다. 지난달 25일부터 지분 투자를 받을 수 있는 투자형 크라우드펀딩까지 시작되면서 창업 초기 기업뿐 아니라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크라우드펀딩이 무엇인지,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 등 온라인펀딩중개업체 와디즈 신혜성(37·사진) 대표를 만나 궁금증을 풀어봤습니다.
가능성에 투자하다
크라우드펀딩은 한마디로 ‘십시일반’입니다. 기존 금융권을 통하지 않고 개인투자자들의 돈을 모아 가능성 있는 기업에 후원·대출·투자하는 방식입니다. 지금까지 영화나 제품 등에 후원금을 내고 금액에 따른 일정 혜택을 받는 후원형 크라우드펀딩과 대출형 크라우드펀딩만 가능했습니다.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은 비상장된 회사 지분을 사는 것입니다. 회사가 승승장구하면 가치가 올라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회사가 망하면 원금을 건지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신 대표는 “크라우드펀딩은 바뀐 시대에 맞는 시대를 앞선 금융”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동부증권과 산업은행에서 일했던 그는 돈이 필요한 곳에 돈을 전달해주는 금융의 본질을 이행하고자 기존 금융권을 벗어나 회사를 차렸습니다. 은행 등에선 담보와 신용등급 등 틀에 맞춰 돈을 빌려주기 때문에 금융권이 요구하는 서류가 없는 사람은 돈을 빌리기 어렵습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혁명으로 연결의 시대가 된 요즘 기존 방식은 새로운 산업의 발전을 이끌기 힘들다는 것이 신 대표 생각입니다.
크라우드펀딩은 업체가 가진 핵심 자산이 뭔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고민해 투자를 결정합니다. 추상적입니다만 정형화하지 않고 사람과 네트워크 등 각자가 가진 강점을 최대한 살려 투자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기존 금융권과의 차이점입니다. 투자자가 손실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아무 기업이나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아닙니다. 와디즈의 경우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해 발행기업 대표이사 등 회사 관계자 얼굴을 공개하고 투자자들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등 나름의 기준에 맞는 곳만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신 대표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며 “법적으로 요구하는 자료 외에 대표이사가 직접 등장해 사업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올리거나 자신의 개인계정을 공개해 투자자들의 질문에 직접 답해주면서 관계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가장 이상적인 발행 성공률은 40∼50%”라며 “최대한 많은 기업에 기회를 제공하고 나머지는 투자자와의 소통 등을 통해 과연 투자할 만한 매력이 있는지 플랫폼에서 걸러지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부연했습니다. 이처럼 SNS 활용이 강조되기 때문에 후원형 크라우드펀딩의 경우 30대 중반∼40대 젊은 대표를 둔 기업이 많습니다. 투자형은 이보다 평균 연령이 5살쯤 높다고 합니다.
함께 기업을 키워간다
정부가 지원을 늘릴 수도 있는데 왜 크라우드펀딩이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신 대표는 “참여감과 소속감”이라고 답했습니다. 크라우드펀딩은 단순히 투자해서 수익을 거두는 것뿐만 아니라 투자자 개개인이 회사가 성장해가는 것을 함께 본다는 데 또 다른 묘미가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투자자들이 SNS 등을 통해 적극 홍보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 투자금액뿐 아니라 마케팅 효과도 누릴 수 있습니다.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하고 싶다면 먼저 온라인펀딩 중개업체 홈페이지를 방문해야 합니다. 현재 와디즈와 유캔스타트 오픈트레이드 인크 신화웰스펀딩 등 5개 업체가 금융위원회에서 인가를 받고 투자자와 발행기업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첫날 18개 업체가 자금 모집을 시작했는데, 당일 친환경 해양바이오 기업 마린테크노가 7000만원 목표금액 모집에 성공했습니다. 이후 성공 사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비상장 중소기업으로 창업 후 7년 이내이거나 벤처기업·이노비즈기업의 경우 크라우드펀딩 발행기업이 될 수 있습니다. 연간 증권 발행한도는 7억원입니다. 중개업체는 조건에 맞는 기업이 발행을 신청할 경우 해당 기업이 제공한 정보를 분석해 투자자들에게 소개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합니다. 투자자는 유형에 따라 투자한도가 다릅니다. 투자자보호를 위해 일반투자자는 한 기업에 200만원, 연간 총 500만원까지 투자 가능합니다. 소득요건을 갖춘 투자자는 각각 1000만원, 2000만원 한도가 있고 전문투자자는 한도 없이 투자할 수 있습니다.
대박 환상보다는 신뢰가 중요
발행 첫날부터 투자목표를 달성한 기업이 나오면서 크라우드펀딩이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하지만 투자자 수를 보면 마린테크노 투자자는 42명에 불과하고 또 다른 모집 성공기업 신선은 투자자가 1명뿐입니다. 소액 개인투자자보다는 전문투자자가 적극 참여한 것이 성공의 주요인으로 보입니다. 전문투자자 역할도 중요하지만 개인투자자 중심으로 흘러가야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이 새로운 금융 방식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신 대표는 크라우드펀딩 정착을 위해 “사용자 경험을 긍정적으로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투자한 기업 가운데 실제 투자자에게 수익을 주는 사례가 나와야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며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을 잘 몰라 섣불리 투자했다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되지 않도록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 후원형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했을 때 후원금을 냈는데 왜 빨리 물건을 보내지 않는지 민원이 쏟아졌다고 합니다. 프로젝트가 종료된 뒤 물건을 발송하는 크라우드펀딩의 구조를 잘 몰랐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불만은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신 대표는 빠른 성장보다는 착실하게 크라우드펀딩을 정착시켜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신 대표는 마지막으로 “비상장기업에 대한 소액투자가 가능하고 소득공제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이 알고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며 “다만 기존 상장기업에 대한 주식투자와 다른 만큼 기본 개념을 숙지한 뒤 위험성이 큰 투자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투자했으면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낮은 개인투자한도를 높이고 개인투자자들이 기업의 정보를 좀 더 손쉽게 찾아볼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크라우드펀딩이 정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로 보입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슬로 뉴스] “소액으로 벤처투자… 회사성장 지켜보며 소득공제도 받아요”
입력 2016-02-12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