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늘 “같은 날 동시 개봉 부담 ‘동주’를 ‘좋아해줘’… 한꺼번에 홍보 할게요”

입력 2016-02-12 04:02
17일 동시 개봉되는 영화 ‘동주’와 ‘좋아해줘’에서 각각 주역을 맡은 강하늘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윤동주 시인의 서정과 젊은 작곡가의 감성을 흑백과 컬러의 색깔로 보여 드리겠다”고 말했다. 구성찬 기자
‘좋아해줘’(왼쪽)와 ‘동주’의 한 장면.
배우 강하늘(26)은 다중적인 매력을 지녔다. 싱글싱글 웃는 상큼한 이미지에 연기면 연기, 노래면 노래 못하는 게 없다. 영화와 드라마와 뮤지컬을 넘나드는 만능 재주꾼이다. 그가 17일 개봉되는 영화 ‘동주’와 ‘좋아해줘’의 주역을 맡았다. ‘동주’에서는 윤동주 시인을, ‘좋아해줘’에서는 작곡가 이수호를 연기했다. 강하늘의 두 가지 캐릭터를 동시에 볼 수 있다.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웃으면서도 걱정스런 표정이었다. “영화는 시차를 두고 찍었는데 같은 날 개봉하게 돼 솔직히 부담스러워요.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즐기자고 마음먹고 있어요. 홍보도 한꺼번에 할 수 있으니 윈윈할 수 있겠죠. ‘동주를 좋아해줘요’라고. 아니 다시 할 게요. ‘좋아해줘요 동주를’이라고. 하하.”

‘쎄시봉’에서 가수 윤형주 역을 맡았던 강하늘은 “윤동주 시인은 나하고 6촌”이라는 대사를 했다. 그게 인연이 된 걸까.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만난 이준익 감독이 얘기를 꺼내시더라고요. 윤동주 영화를 만들 거라고요. ‘쎄시봉’과 무관하게 저를 염두에 두셨다면서. 평소 시인의 시를 좋아하고 언젠가 꼭 해보고 싶었는데 엄청 기분 좋았죠.”

하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부담감이 상당히 컸단다. “‘서시’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좋아했지만 시인의 삶에 대해서는 잘 몰랐거든요. 저의 연기 하나하나가 평생 남는다는 것 자체가 정말 큰 부담으로 다가왔어요. 그래서 잠 못 이룬 적이 많았고, 차라리 어디로 멀리 숨어 버릴까 생각도 했습니다.”

그는 시인이 되기보다는 감정표현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그 사람 자체보다는 시인이 느꼈던 감정이 무엇이었을까 고민했어요. 시를 마음대로 읽지 못하고 짓지 못했던 일제강점기에 시를 짓고 읊는 것에 대한 속내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한국어와 일본어로 연기하면서 시인은 또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이 갔어요.”

영화는 5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흑백필름으로 찍었다. “시인의 사진이 흑백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컬러로 보여준다면 어색할 것 같아요.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나서 ‘배고프다. 뭐 먹지?’라고 말하는 대신 ‘윤동주 시인이 이렇게 살다 갔구나’라고 추억하면서 밤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게 흥행 못지않게 중요한 가치인 거 같아요.”

‘좋아해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세 커플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연애에 초짜인 이른바 ‘모태솔로’ 작곡가 이수호 역을 맡은 강하늘은 ‘밀당’(밀고 당기기)의 고수인 드라마 PD 장나연 역의 이솜과 호흡을 맞췄다. 이수호는 장나연을 좋아하지만 청각장애 콤플렉스 때문에 주저하게 된다.

둘을 연결해주는 것은 음악이다. 이수호가 작곡한 음악을 함께 들으면서 사랑을 키워간다. “극 중에는 제가 작곡한 노래를 들려주지만 실제로 작곡은 못해요. 다른 사람의 노래를 잘 부르기는 하지만요. 세 커플 가운데 가장 젊고 순수한 사랑인 거 같아요. 촬영 때 솜이씨를 많이 의지했는데 사랑스러운 매력이 잘 드러난 거 같아요.”

영화는 ‘페이스북’이라는 SNS를 소통의 도구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상대방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 그 사람의 페이스북을 몰래 들여다보거나 그 사람이 좋아할 만한 내용의 사진을 올리기도 한다. 세 커플의 설정이 현실과 다소 동떨어지지만 결국 사랑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그럴 듯하다. 강하늘의 편안한 연기가 한몫했다.

이미연과 유아인 커플이 진지함을 보여주고, 최지우 김주혁 커플이 웃음을 선사한다면, 이솜 강하늘 커플은 순수함을 드러낸다. 강하늘은 “윤동주 시인이 시를 짓고 읊는 것과 요즘 커플들이 SNS를 통해 문자를 주고받는 것은 시대상황은 다르지만 통하는 게 있다”며 “열정과 사랑의 메시지를 전한다는 게 공통점”이라고 설명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