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히스토리] 길∼게 나는 여객기가 크게 번다… 글로벌 항공사들, 돈 되는 장거리 노선 강화 경쟁

입력 2016-02-12 04:02 수정 2016-02-16 10:59



저유가 기조가 올해도 이어지면서 항공사들의 유류연료비 지출이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소비자들이 부담해야하는 유류할증료도 낮아져 비행기로 여행을 떠나는 수요는 증가세다. 이에 글로벌항공사들은 수익률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경쟁적으로 장거리 노선 강화에 나서고 있다. 국내항공사들은 대형기를 도입하고 장거리 노선 서비스를 개선하며 승부수를 띄우는 모습이다. 여기에 중단거리 노선에 집중하던 국내외 저비용항공사(LCC)들까지 더 먼 거리로 노선을 확장하는 추세다.

세계 항공업계 사상 최대 순이익 전망

11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2015년 연간보고서를 살펴보면 세계 항공업계는 올해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분석된다. 2016년 업계 총 순이익이 363억 달러(약 43조5000억원)로 작년 330억 달러 대비 10%가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연료비 부담은 줄어들지만 여객수요는 증가하면서 순이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2013년 2300억 달러까지 기록했던 연료비 지출이 작년 1800억 달러로 줄어들었고, 올해는 1350억 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통상 항공사 총 영업지출의 30% 안팎을 차지하는 유류비 비중은 지난해 27%까지 낮아졌고, 올해는 21%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여객수요는 꾸준히 늘어 올해는 지난해보다 6.7% 증가한 37억8200만명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유상여객수에 운항거리를 곱한 수송실적(RPK)을 기준으로 보면 차이가 더 벌어진다. 2013년 5.7%, 2014년 6.0%, 2015년 6.7% 증가했던 RPK는 올해 6.9% 상승할 것으로 IATA는 예상했다.

최장거리 노선 기록, 잇따라 경신

장거리 직항 노선 개설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유가가 낮으면 장거리 노선의 수익성이 대폭 개선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 번 떠서 오래 비행하는 장거리 노선이 이착륙을 반복하는 중단거리 노선보다는 유가 하락의 수혜를 크게 입는다”고 말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긴 직항 노선은 호주 콴타스항공이 운항하는 시드니∼미국 댈러스 노선이었다. 비행거리 1만3804㎞를 16시간55분 동안 이동하는 노선이다. 하지만 현재는 중동 최대 항공사 에미레이트항공이 지난 1일 개설한 두바이와 파나마의 수도 파나마시티를 잇는 노선이 항공노선 거리 1위를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비행거리 1만3821㎞, 운항시간은 17시간35분에 이른다.

이 기록마저 올해 또 깨질 예정이다. 싱가포르항공이 역대 최장거리 노선이었던 싱가포르∼미국 뉴욕 노선 부활을 적극 검토 중이다. 이 노선은 비행거리 1만5300㎞, 운항시간 18시간50분으로 2013년 운영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폐쇄됐다. 카타르항공은 18시간30분이 소요되는 1만4500㎞ 거리의 카타르 도하∼뉴질랜드 오클랜드 노선에 취항할 계획이고, 인도항공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인도를 잇는 1만4000㎞ 거리 노선 취항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이 포함된 가장 긴 노선은 대한항공이 운항하는 인천∼미국 애틀랜타 노선이다. 비행거리는 9976㎞, 14시간50분이 걸린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실적 가른 장거리 노선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의 여파와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대한항공은 비교적 선방한 실적을 올렸지만 아시아나항공은 부진했다. 대한항공은 6266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전년보다 58.6% 늘었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11% 줄어든 95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대한항공은 메르스 악재에서 회복한 지난해 4분기 유럽 노선과 오세아니아 노선에서 10%, 미주 노선에서 4% 가까이 상승한 수송실적을 보였다. 항공사 관계자는 “저유가 국면에 장거리 노선 위주의 경영을 지속한 대한항공은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올렸다”고 분석했다.

반면 중단거리 노선의 비중이 높은 아시아나항공은 LCC의 약진까지 악재로 겹치면서 실적악화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두 항공사는 모두 올해 장거리 노선 강화에 나선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에 새 여객기를 투입해 장거리 노선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차세대 항공기로 불리는 B747-8i를 올해 3대 추가로 도입할 계획이다. B747-8i는 기존 B747보다 연료효율성과 여객·화물 수송량을 한층 높인 기종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장거리 노선의 비즈니스클래스 좌석을 모두 180도 펼 수 있는 침대형으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또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대형 기종인 A380을 2대 추가로 도입한다. 2017년부터는 연비가 뛰어난 차세대 중대형기 A350을 잇따라 투입하기로 했다.

LCC도 장거리 노선 가세

우리나라에서는 진에어가 지난해 연말 인천∼하와이 호놀룰루 노선에 취항하면서 LCC 장거리 노선 시대를 열었다. 첫 취항 이후 한 달 동안 80%가 넘는 탑승률을 기록하며 준수한 성적표를 받았다는 평가다. 진에어의 호놀룰루 노선이 올해도 좋은 실적을 올린다면 다른 LCC들도 장거리 노선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LCC 관계자는 “중단거리 노선은 경쟁이 포화에 가까운 상태”라며 “더 넓은 시장을 찾아야 한다는 필요성을 업계가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이미 장거리 노선을 운항하고 있는 외국 LCC들은 장거리 노선을 더 확대할 태세다. 유럽 3위의 LCC인 노르웨이의 노르웨지언에어셔틀은 런던 개트윅공항을 거점으로 아시아와 남미,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장거리 노선의 취항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 미국 보잉사에 최신 중형 여객기 787-9 19대를 추가로 발주했다. 노르웨지언에어셔틀은 LCC로는 유일하게 런던과 뉴욕을 연결하는 장거리 직항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유럽 최대의 LCC 라이언에어는 대형항공사들과 장거리 노선의 공동 운항을 검토하고 있다. 라이언에어의 유럽 단거리 노선 점유율만 14%대로 추산된다.

캐나다의 LCC 웨스트제트는 올해 런던과 캐나다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노선에 취항할 계획이다. 이 노선에서는 일반 좌석에 모니터를 장착하지 않고, 스마트폰 등 승객들의 개인 단말기를 기내 인터넷 서비스에 연결해 영화 등을 시청하게 할 방침이다. 기체가 가벼워지면서 연료비가 더욱 절감될 것으로 보인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